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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의정서 내달 발효… 제약·화장품업계 등 비상

입력
2014.09.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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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자원 수입 물가 급등 예상, 연간 5000억원까지 부담 늘 듯

수출국가와 이익 분배도 의무화, 국내 기업들 대책 없어 속수무책

녹차 원료 화장품과 한약재 함유 의약품,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천연물신약 제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원료가 대부분 중국과 베트남, 터키 등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는데, 다음달 12일 발효될 ‘나고야(名古屋) 의정서’에 따라 이들 나라가 국내 기업들에게 이익 공유를 요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제약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업계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생물자원 수입원가 상승에 따라 경제적 부담이 연간 3,500억~5,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동식물, 미생물 같은 생물자원을 이용해 발생한 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해 2010년 채택된 국제규범인 나고야 의정서가 29일부터 강원 평창군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행사기간 중인 10월 12일 공식 발효된다. 개발도상국 중심의 자원 보유국들은 의정서 이행을 위한 제도와 정책을 정비해 이익 회수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자원 이용국들은 아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 비준을 마친 당사국은 베트남과 인도, 남아공, 멕시코 등 50개국이다. 그런데 당사국이 아니어도 서명을 했으면 의정서 적용을 받는다. 서명국이 당사국을 포함해 우리나라,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100개 가까이 되는 만큼 의정서의 영향력은 전세계적으로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고야 의정서가 적용되면 자원 이용국은 반드시 제공국의 사전승인을 거쳐야 생물자원을 가져갈 수 있다. 그만큼 수입이 까다로워질 뿐 아니라 생물자원의 주권을 인정하는 국제사회 분위기로 인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원국이 이용국에게 생물자원 제공 조건으로 연구개발 정보공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수입 생물자원으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상품을 만든 이용국은 나라별 제도와 계약에 따라 이익을 제공국과 나눠야 한다. 국내 제약사가 중국 한약재로 만든 천연물신약을 판매할 경우 이익의 일부를 중국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중국산 원료로 천연물신약을 생산하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원재료 값에 이익까지 공유하면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수입 물량을 줄이거나 수입 국가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주요 10가지 한약재의 수입량(330억~480억원)은 국내에서 쓰이는 전체 한약재의 절반을 넘는다.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재된 화장품 원료 810여 종 가운데 약 15%가 식물 추출물 등으로 생물자원에서 유래했다. 이들의 상당 부분이 수입산으로 추측된다. 더구나 최근 천연ㆍ유기농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로 볼 때 생물자원의 비중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2010년 이미 1조원을 넘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을 제외한 80% 이상의 원료가 생물자원이다. 특히 녹차는 대부분 중국과 미얀마, 인도 등 동남아시아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한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들은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의정서가 발효돼도 거래할 국가에 관련 제도가 갖춰져 있어야 실제 영향력이 발휘되기 때문에 아직 ‘발등의 불’은 아니란 인식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이익 공유 비율이 얼마인지, 상대국 제도는 어떤지, 어느 수준까지를 생명공학 기술로 보는지 등 모호한 부분이 많다. 정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만 쳐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도 의정서 전반에 대한 설명회나 문답 서비스에 그칠 뿐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의정서가 공식 발효되면 나라별 세부사항을 파악해 실질적으로 산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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