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직 2개월 만에 tvN 종교인 토크쇼 진행자로 컴백
"방송일 가릴 때 아니지만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행복하게 방송 일을 하고 싶어요.”
7월 갑작스럽게 MBC를 사퇴하고 프리랜서의 길을 택한 서현진(34) 아나운서가 케이블채널 tvN ‘오 마이 갓’의 진행자로 나서면서 활동을 재개했다. 22일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스님, 목사, 신부 등 종교인들이 출연해 특정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일종의 토크쇼다.
‘오 마이 갓’ 진행자로 다시 방송을 시작한 서현진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운이 좋게도 사직한 지 2개월 만에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웃었다. 그는 쉬는 동안 여의도에 더 열심히 갔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미래가 불안해지잖아요. 그래서인지 ‘요가 자격증을 따보자’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이도 저도 못하게 되면 요가 학원 차려서 가르쳐보려고요.”
유쾌한 웃음은 10년 동안 MBC에서 봐온 서현진의 모습 그대로였다. 공백기에 자칫 의기소침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여전히 밝고 건강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인 그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문이 파다할 때 방송가에서는 “왜?”라는 의문이 돌았다. 2010년 홀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년 간 공백을 가졌고 그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방송 일에 더 매진할 줄 알았다.
“유학을 다녀왔더니 종편이 등장하는 등 미디어 생태계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연차가 쌓이면서 오는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그러면서 ‘아나운서로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시간이 지나면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아 ‘무브 온’(옮기자)하자고 마음먹었죠.”
유학을 다녀온 뒤 그는 배포가 더 커졌다고 했다. 미국 버클리의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지낸 시간은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연고자 없는 그곳 생활은 힘이 들었다. 그러나 저널리즘 수업을 들으며 한국 노량진 고시촌의 모습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했고 졸업에 맞춰 개고기 관련 기사를 실어 장학금도 받았다. 한 학기에 1만5,000달러(약 1,600만원)하는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적금을 깨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렇게 보낸 2년의 시간은 금쪽 같은 재산이 됐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마주한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 파업으로 일을 1년 간 또 못했어요. 욕구불만의 시기도 있었고요. 어느 순간 직장에 너무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 개인의 행복을 다시 고민했습니다.”
사직서를 냄으로써 회사에 지나치게 얽매인 생활에서는 벗어났지만 프리랜서로서는 이제 시작점에 서있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지상파 출신 아나운서가 많아 경쟁도 만만치 않다. 김성주, 전현무, 박지윤 등이 ‘예능 대세’로 불리는 경쟁자들이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방송을 하려고 해요. 가릴 때가 아니죠(웃음). 하지만 예능은 아직 조심스러워요. 역량을 더 키워야 하겠지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다시 해나가겠습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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