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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공원의 문법

입력
2014.09.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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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집 근처 공원에 끌려갔다. 아이들이 집에서만 놀기 답답했던 모양이다. 주차하기도 어렵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나오기 영 싫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결같은 공원의 문법을 오늘도 읽는다.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 돗자리를 깔고 앉아 통닭이나 피자 등을 나눠 먹는 가족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풀을 뽑고 벌레를 잡는 동안 어쩌면 나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운 좋게 이슬람 처녀들의 소풍을 목격했다. 오뚝한 코나 커다란 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히잡을 쓴 그녀들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인권보장과 남녀평등 외치며 히잡을 벗어던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보통은 그들의 목소리에 더 마음을 두는 편이었는데 그날은 그냥 이국의 가을바람에 날리는 히잡의 고요한 펄럭임이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

아이들도 그렇다. 손수건, 머플러, 보자기 같은 걸 어깨에 두르거나 걸치는 것을 좋아한다. 몸에 칭칭 감거나 뒤집어쓰고는 펄럭거리며 뛰어다닌다. 헝겊인형이나 이불에 대한 애착이 심한 경우도 흔하다. 패브릭은 그 자체로 어떤 향수를 품고 있는 게 아닐까. 용도만큼이나 다양한 감정을 거기에 담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깃발을 세우고 리본을 다는 것도 마음을 다해 무엇인가를 기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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