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3,500여명. 지난해 미국 등 해외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중국 유학생의 수다. 이중 석박사가 23만여명이나 된다. 외국에서 선진 지식과 첨단 기술을 익힌 이런 고급 인력들이 중국 사회의 현대화를 견인하며 중국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상종가를 치고, 정보기술(IT) 업체 샤오미(小米)가 스마트폰과 T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중국 해외유학 연어’들의 힘이 숨어있다.
시작은 미미했다. 중국이 해외에 유학생을 본격적으로 보낸 건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고부터였다. 서방에 나라의 문을 꼭꼭 닫아버린 마오쩌둥(毛澤東)과 달리 덩샤오핑은 서방에 문호를 열고 인재를 해외로 파견하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사실 마오쩌둥은 해외에서 공부한 적이 없었지만 덩샤오핑은 그 스스로가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공부를 한 유학생이었다. 1979년 미국과 정식 수교한 뒤 맨 처음 한 일이 바로 56명의 유학생을 미국으로 보낸 것이었다. 이후 5년 간 무려 2만명 가까운 유학생이 태평양을 건너갔다.
지도자의 혜안은 국가의 운명을 바꿨다. 같은 시기 소련은 ‘인재 유출’을 우려, 유학생 출국을 막았다. 반면 덩샤오핑은 유학생이 귀국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들 역시 중국의 자산이라고 믿었다. 중국은 지금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소련은 이미 역사의 장으로 사라졌다. 뒤늦게 러시아는 최근 국비 유학생 수를 1,000명으로 확대했다.
앞으로도 돌아오는 중국의 해외유학 연어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들이 돌아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공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보다 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며 자발적인 귀국 유학생도 늘고 있다. 실제로 2008년 7만여명 정도였던 귀국 유학생은 2010년 13만여명, 2012년 27만여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출국 유학생 수가 45만여명이고 귀국 유학생이 35만여명이었으니, 몇 년 안엔 연간 귀국 유학생 수가 출국 유학생 수를 추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더 많은 해외 유학 연어들이 중국으로 회귀하면 중국은 더 발전할 것이고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그러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우린 지금 어떤 모습일까. 1977년 국비 유학생 제도가 부활됐다. 덩샤오핑보다 박정희 대통령이 더 빨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계속 확대, 국내 대학 졸업 후 해외 석사 과정 7,000명을 포함 연간 2만여명의 유학생을 국가에서 선발해 지원하고 있는 반면 우린 현재 고작 연간 40여명의 국비 유학생을 뽑고 있다. 연간 출국 유학생과 귀국 유학생의 수는 아예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인재들을 해외로 보내 국가급 두뇌로 육성하는 데에 관심도 없고 해외 인재들을 어떻게 조국으로 불러들여 국가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지도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은 우리 정부의 현주소다. 그나마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우리나라 유학생이 22만여명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학위 과정은 물론 어학연수까지 합친 수다. 이 유학생이 모두 귀국한다 하더라도 지난 1년간 귀국한 중국 석박사에 못 미친다. 현재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중국 유학생의 수는 160만명도 넘는다.
중국은 신중국 성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는 백년대계 아래 해외 유학생을 대거 내 보냈고, 이제 이들이 돌아와 중국의 꿈을 일궈가고 있다. 우린 100년은 커녕 5년도 못 본다. 앞으로 과연 우리는 무엇을 갖고 중국과 맞설 수 있을까.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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