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파운드 궁사 최보민(30·청주시청)과 석지현(24·현대모비스)이 별세한 스승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이들은 27일 인천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컴파운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최보민, 석지현은 경기 중에 감독과 이별한 아픔을 안고 활약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고(故) 신현종 감독과 함께 작년부터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왔다.
신 감독은 작년 10월 4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세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신 감독, 석지현, 최보민은 경기 현장의 닥친 강풍과 맞서 싸웠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경기장 시설물까지 쓰러뜨리는 강풍 속에 0점이 나오기도 했다.
신 감독은 변칙 작전으로 조준점을 겨우 맞춘 시점에서 최보민의 10점 기록에 "텐!"을 외친 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석지현, 최보민은 신 감독이 뇌출혈을 일으켰으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했다.
그러나 현지에 남아 계속 치료를 받던 신 감독은 의식을 잃은 지 14일 만에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최보민, 석지현은 신 감독과 함께 인천 아시안게임에 컴파운드 양궁에서 쾌거를 이루자고 결의했다.
컴파운드는 이번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메이저 국제종합대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신 감독과 선수들은 비인기 종목으로서 선수층이 얇고 지원에서도 소외된 컴파운드를 일으켜 세울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구슬땀을 쏟아왔다.
석지현은 작년부터 상시로 운영된 컴파운드 대표팀에서 신 감독의 에이스로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한국이 처음으로 선수를 파견한 작년 세계양궁연맹(WA) 1차 월드컵에서 2관왕에 올랐다.
세계 양궁계는 깜짝 놀랐고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반향이 있었다.
최보민에게 신 감독은 아버지와 다름이 없는 이였다.
신 감독은 최보민이 리커브에서 2002∼2003년, 2006∼2008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비도록 조련한 지도자였다.
최보민이 어깨 부상 때문에 은퇴까지 고려할 때 컴파운드를 권해 새 도전의 기회를 준 사람도 신 감독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양궁장에서 보낸 스승에게 누를 끼치지 않은 길은 활을 잘 쏘는 것밖에 없습니다."
스승과의 약속은 한국 컴파운드의 선구자인 신 감독의 지도를 받은 최보민, 석지현 등 선수들의 신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최보민, 석지현은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도 함께 진출해 각각 144점, 143점으로 세계기록에 가까운 기량으로 명승부를 펼쳤다.
대회 2관왕에 오른 최보민은 "지금 같이 계시지는 못하지만 감독님은 언제나 우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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