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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바위섬이 아니라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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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바위섬이 아니라는 것 보여주고 싶었죠"

입력
2014.09.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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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다케시마의 날' 제정 계기로 10년 동안 홀로 14회나 방문

꽃 위치·식물 형태 등 꼼꼼히 기록 "생명이 숨쉬는 섬으로 봐 줬으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인쇄대전에서 만난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가 독도에 자라는 식물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 10년에 걸쳐 완성한 ‘독도 식생지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인쇄대전에서 만난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가 독도에 자라는 식물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 10년에 걸쳐 완성한 ‘독도 식생지도’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서도 동쪽은 해국(海菊), 북쪽 몽돌해안으로 가자면 계단 오른쪽으로는 참나리, 왼쪽으로는 왕호장근이 가득합니다. 이맘때 독도에 가면 만발한 해국이 맞아줄 겁니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서울인쇄대전에서 만난 안동립(57) 동아지도 대표는 집 뒷마당 이야기를 하듯 독도의 식물 생태를 소개했다. 그는 ‘독도 식생지도’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한 발 한 발 독도를 걸으며 만난 식물들의 위치를 점으로 찍어 10년 만에 완성한 땀의 결정체였다. 40여년간 지도를 제작해온 안씨로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이런 ‘고행’을 시작한 것은 2005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안씨는 “말로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독도를 제대로 그려낸 지도 한 장이 없어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도를 관리하는 울릉군 등을 설득해 동도와 서도에 대한 입도 허가를 받아낸 후 두 달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2005년 독도 지도가 완성됐다.

독도 지도를 만든 후에도 안씨는 독도행을 멈추지 않았다. 안씨는 “독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독도를 그저 바위섬으로 알고 있다”면서 “독도의 진면목을 보여주려면 독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독도 식생지도가 나오게 된 이유다. 그는 틈날 때마다 홀로 독도를 찾아 나침반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식물 사진을 찍었다. 정확한 위치, 꽃이 피는 시기, 식물의 형태 등도 수첩에 꼼꼼하게 적었다. 식생지도를 위해 10년간 독도를 방문한 횟수는 14회. 서도 주민숙소에서 밤을 보낸 것도 40여일이나 된다.

안씨는 독도의 봉우리와 바위에 이름도 붙여줬다. 서도에서 가장 높은 ‘대한봉’은 안씨가 2007년 붙인 이름으로 현재는 어느 지도에서나 볼 수 있는 정식 명칭이 됐다. 이런 노력 끝에 올해 5월 독도 식생지도가 출판됐다. 염분에 강해 바닷가에서도 꽃을 피운다는 땅채송화, 변행초, 갯제비쑥, 참나리 등이 섬 어디서 자라고 있는지 색깔별로 세밀하게 표시돼 있다. 안씨는 “10년간 계절마다 같은 자리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분포지와 경계를 직접 확인해 정확하게 그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독도의 대표적인 식물로 해국과 사철나무를 꼽았다. 가을이면 짙은 해무가 섬 전체를 뒤덮어 볕을 쬐지 못한 식물들이 대부분 노랗게 죽어가는데 유일하게 살아남는 것이 이 두 식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9월부터 10월초 동도는 연보라색 해국으로 뒤덮이는데 헬기장 정상에서 보면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잊게 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동도 천장굴 주상절리 벼랑에서 자라는 120년 된 사철나무도 안씨의 자랑이다. 돌멩이도 굴릴 모진 해풍을 견디며 1년에 엄지손톱만큼 자라면서도 푸르름을 뽐내는 것이 이 나무다.

안씨는 독도를 방문할 때마다 선뜻 숙소를 제공해준 독도 주민 김성도씨 부부에게 독도 식생지도 3,000부를 선물했다. 김씨 부부는 동도 선착장에서 식생지도를 판매한다. 안씨는 “독도를 바위섬이 아닌 꽃과 나무가 살고 죽어가는, 생명이 살아 숨쉬는 섬으로 봐 달라”며 만개한 꽃처럼 웃었다. 안씨의 사진과 지도는 27일까지 서울인쇄대전에서 볼 수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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