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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억울한 징계" KB 이사회의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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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억울한 징계" KB 이사회의 적반하장

입력
2014.09.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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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서 책임 언급은 없이 금융당국에 강한 불만 표출

정상화 빌미 향후 거취도 안 밝혀 임기 끝난 오갑수만 "연임 포기"

김중웅(가운데) KB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26일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들어서고 있다. 김 의장은 "KB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정상화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김중웅(가운데) KB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26일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들어서고 있다. 김 의장은 "KB사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정상화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KB 사태에서 내홍의 중심에 있었던 이사회를 향한 책임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작 이사진은 꼿꼿하다. 반성의 기색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임기를 마친 후 연임을 하지 않고 사퇴를 하겠다는 게 고작. 오히려 금융당국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사회를 끝으로 오갑수 사외이사(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퇴 이유는 3년 임기 만료. 2년 임기 후 매 1년 단위로 최장 5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임기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가 이사회 직후 내놓은 ‘퇴임의 변’ 자료는 매우 비장했다. 그는 “은행경영이 안정되고 새 은행장이 선임될 때까지 사퇴를 미뤄달라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지지자(知止者ㆍ멈춰야 할 때를 아는 자)의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 이사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가 여기서 멈추고 떠나는 게 KB금융과 국민은행이 새로 거듭나는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KB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것이란 얘기였다.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 역시 이날 이사회 시작 전 사퇴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금융당국에서 억울하게 징계 처분을 받은 우리 직원들을 돕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프다”며 “도의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방치하고 조장한 이사회의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은 채 금융당국에만 화살을 돌린 것이다. 김 의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임기 만료 시점이 돌아오면 연임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11월 임기가 끝나는 박재환 사외이사(전 한국은행 부총재)의 경우 연임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강희복, 송명섭, 조인호 등 남은 사외이사 3명은 임기까지 버티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구나 KB금융 이사회는 경영 정상화를 빌미로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 KB금융의 사외이사 9명의 임기 만료 시점은 내년 3월과 2016년 3월로 나뉘어 있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처럼 연임 포기 형식을 통해 물러난다 하더라도 시기는 모두 내년 이후가 된다. 다만 사외이사들로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꾸렸던 KB금융 이사회는 “내분 당사자들이 차기 지배구조를 짠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열린 회추위 2차 회의 직후 “주주,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회추위 간담회 등을 통해 수렴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추위는 3차 회의(10월 2일 예정)에서 1차 후보군 10여명을 추려 이르면 10월 하순경 후보를 선정하고 11월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진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자진해서 일괄 사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주식회사의 이사로서 내부 문제인 주 전산기 교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직무 불이행의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도의적 책임을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2010년 신한 사태 때 신한금융 이사회가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2명만 남기고 일괄 사퇴한 것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사외이사를 책임 추궁할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빗발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KB금융이 국민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소액주주권을 활용할 수 없는 만큼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의 부정 행위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자회사 임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는 등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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