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미 아오에 지음ㆍ송태욱 옮김
현암사 발행ㆍ372쪽ㆍ1만8,000원
아랍과 이스라엘의 승자 없는 제로섬 게임은 스스로 반성하는 법이 없다. 이스라엘은 시온주의를 넘어 이제 ‘타자의 완전한 배제’를 목표로 한다. 교전은 또 벌어진다. 그때마다 사상자가 생긴다. 그러나 현대 세계의 일상처럼 돼 버린 이 일에 사람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요르단 강 서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객관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까. 일본 사람으로 아랍 문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이스라엘 내부로 들어가 현상을 분석한다.
책의 현실적 근거는 이스라엘 유학 시절의 체험이 가져다준 비판적 시선이다. 이스라엘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가 점증하는 가운데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며 대두한 물질주의로 인한 환경파괴 등의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관광 산업에 맛을 들인 이스라엘이 진행 중인 유대화란 곧 아랍의 부재를 전제로 한 움직임이다. “젊은 사람들은 모든 게 돈, 돈이니까요.” 자국 젊은이들을 심각히 바라보는 이스라엘 기성 세대의 말은 유대화의 진앙을 넌지시 설명한다. 유대인 운동 선수들이 올림픽이 열린 다음해에 이스라엘에 모여 벌이는 마카비야 제전은 그 같은 이데올로기의 선전 활동에 다름이 아니다.
구약을 모두 사실이라 믿는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에게는 거북스런 말이 되겠지만 이 책은 이스라엘 특히 국기 속에 도사린 속물성부터 폭로한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육각형을 조합해 만든 이미지가 팔레스타인을 말살하는 소독 혹은 무균 상태를 상징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일본인으로서의 원체험에 대한 반성도 마다 않는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유행했다는 포크 댄스 ‘마임 마임’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이렇다. “이 곡의 의미도 모른 채 춤을 추었던 우리는 아랍인들을 내쫓은 땅에서 펼친 입식자들의 들뜬 소동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말이 된다.”(86쪽)
그 같은 비판은 곧 이슬람에 대한 이해와 동의어다. 그래서 책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이슬람이 여성 억압적인 종교라 하지만…히잡을 쓰는 것은 저의 존엄성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고, 저 자신이 바라서 하는 것입니다(187쪽).” 한 이슬람 여성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저자가 들은 말이다. 금식 기간 정도로만 알고 있는 라마단이 실은 “무엇보다 신성하고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날”(147쪽)이며 유대를 다지는 독특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등 저자는 이슬람 세계의 완벽한 질서를 보여 준다.
책의 접근법은 저널적이다. 논증하기보다 사실을 보여 주고 의미를 엮어 낸다. 이스라엘의 독선주의를 지적하는 저자가 지금의 일본 정부를 끄집어내며 외국인에 대한 혐오, 자기들만의 내향적이고 배타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움직임 등을 변질된 시온주의와 연계시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2003년부터 2년 동안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에서 유학하고 현재 일본 세이케이 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의 주임 연구원으로 있다. 이 책은 부산대 인문학연구소가 내는 ‘우리 시대의 주변 / 횡단 총서’ 중 하나다. “특수와 보편의 근대적 이분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보편성을 실천적으로 사고”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목적이 현재의 중동 문제로 치환된 셈이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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