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최영미 ‘혼자라는 건’
혼자일 때 비로소 내가 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혹은 자못 고독한 표정으로) 말하던 그는 오늘도 같이 밥을 먹어 달라며 보챈다. “혼자 먹을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자웅동체로 거듭날 수 있는 거야.” 그를 얼러 돌려 보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후루룩’ 순대국밥 넘기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 고개를 못 들까 봐. ‘챙그랑’ 떨어진 젓가락을 줍지도 못하고 젓가락 하나로 깍두기를 찍어 먹을까 봐.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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