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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디음악 20년... 이제 유년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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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디음악 20년... 이제 유년기는 끝났다

입력
2014.09.2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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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노브레인 합동 앨범 발표...서로 대표곡 바꿔 부르며 향수 자아내

내년이면 데뷔 20년...역동적 성장

젊은 음악 공동체 계속 이어나가야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은 한국 인디 1세대 밴드이자 한국 펑크의 양대 산맥이다. 두 그룹이 15일 서로의 히트곡을 바꿔 부른 합동앨범 '96'을 발매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은 한국 인디 1세대 밴드이자 한국 펑크의 양대 산맥이다. 두 그룹이 15일 서로의 히트곡을 바꿔 부른 합동앨범 '96'을 발매했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합동 앨범 ‘96’을 발표했다. 노브레인이 크라잉넛의 노래를, 크라잉넛이 노브레인의 노래를 재해석한 프로젝트로 두 밴드가 함께 만들고 부른 건 ‘96’이란 곡이다. 짐작대로 이 ‘96’은 크라잉넛이 컴필레이션 앨범 ‘아워 네이션(Our Nation) 1’로 데뷔한 1996년을 뜻하면서 뒤집어진 거울처럼 숫자 9와 6에 두 밴드를 빗대는 의미다. 노브레인은 ‘말달리자’ ‘룩셈부르크’ ‘비둘기’ 같은 크라잉넛의 곡을 불렀고 크라잉넛은 ‘바다사나이’ ‘아름다운 세상’ ‘넌 내게 반했어’를 불렀다. ‘96’은 애수 어린 건반 솔로를 반주로 “수많은 별빛 밤하늘에 / 반짝거리는 이 밤 / 초라해진 어깨 위에 달빛 / 나를 비추네 (워어)”라고 노래하며 시작하는데, 곡을 지배하는 정서는 노스탤지어다. 다시 올 수 없는 20년 전의 시간을 여기로 불러온다.

2015년이면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데뷔한 지 20년이 된다. ‘스트리트 펑크 쇼’로 시작한 한국 인디음악의 역사도 20년이 된다. 1974년생부터 1982년생까지 모인 밴드 멤버들의 나이도 벌써 삼십대와 사십대를 가로지른다. 과거를 회상할 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늙어버린’ 펑크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이벤트 같다.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은 ‘한국 인디’의 대표성을 획득하며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사실 20년 동안 인디음악계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고 깊어졌다. 음악가들의 양과 질, 형식과 장르, 산업과 공동체가 뒤섞였으면서도 나름 경계를 유지하는 드문 곳이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고 다투며 긴장하면서도 협력하고 상생한다. 이 생물적 역동성이야말로 인디 음악의 기반일 것이다. 그래서 이 앨범에 대한 반응과 평가가 의외로 적다는 것은 이런 활기찬 현재성을 역으로 증명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음악 20년’이라는 레토릭이 던지는 감흥은 분명 남다르지만 인디음악의 역사가 지나치게 1990년대에 집중됐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적어도 2000년 초반 장기하와얼굴들 이전 역사는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생각인 것이다. 여기엔 세대의 문제가 개입한다. 현재 한국 인디 음악의 주요 소비자는 1996년 ‘한국 인디음악계’의 탄생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이들은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이나 팬진, PC통신이 아닌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배경음악이나 매거진의 추천기사를 통해 인디음악을 먼저 접했다. 인디 음악계가 커뮤니티에서 산업으로 전환한 것과 함께 성장한 이 세대에 대한 얘기가 대중음악 연구에서 깊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의 이벤트는 어떤 중요한 때가 왔음을 새삼 환기한다. 요컨대 인디 음악계의 유년기가 끝났다는 생각 말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20년이 넘도록 생존한 음악 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음악 공동체는 ‘인디 음악계’가 유일하다. 펑크 아저씨들의 귀여운 이벤트 후에 우리가 발견해야 할 것은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을 기반으로 삼은 음악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이것을 젊은 상태로 유지하는 어떤 활력이 아닐까. 내 생각에 그 힘은, 당연하게도, 음악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성에 있을 것이다. 20년 만에 다시 중요해지는 건 공동체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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