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술' 앞세우는 병원 많지만 정통 척추전문병원 소신 지켜와
해외 포함해 외래환자 14만명, 의사들이 가족 맡기는 병원 성장
"고령화로 척추관절 환자 늘어,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선도할 것"
2003년 1월. 개원준비에 여념이 없던 나누리서울병원 임재현 병원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병원얼굴이라 할 수 있는 병원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데 고치는 게 어떨까요?” 임 병원장은 마침내 의료진이 모인 저녁식사 자리에서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가 새로운 척추관절병원을 개원하고자 한 것은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병원이 발전하면 직원과 성과를 나누고, 궁극적으로 의료행위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한 것인데 병원명이 너무 상업적인 것 같습니다. 나누리병원 어떻습니까?”
그 해 3월, 장일태 현 나누리의료재단 이사장과 임 병원장이 주축이 돼 문을 연 나누리서울병원(본원)은 그렇게 문을 열었다. 11년간 나누리서울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본 임 병원장은 소회는 담담했다.
원칙ㆍ소신으로 나누리서울병원 일궈
“정통되고 검증된 시술로 환자를 치료하겠다는 마음은 11년 전과 다름이 없습니다. 우리병원이 개원한 후 비수술을 표방하며 많은 척추관절병원들이 생겼지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원칙을 지키며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헛되지 않아 보람 있습니다.”
개원 11년 만에 외래환자 14만명을 넘어서고 몽골, 러시아, 중국 등 해외환자들이 찾는 국내굴지의 척추전문병원으로 우뚝 선 나누리서울병원의 성장비결은 뭘까. 임 병원장은 “자존심 센 의사들이 자기 가족을 치료해 달라고 하는 병원이 나누리서울병원”이라며 “수술해야 할 환자는 수술시키고, 수술 없이 완치가 가능한 환자는 운동치료를 적극 권장한 것이 환자들에게 믿음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임 병원장은 2002년 미국 플로리다의대 운동과학센터에서 운동치료 자격증을 취득할 만큼 운동치료에 확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에게 운동치료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동치료를 통해 치유가 가능한 환자들에게는 세심한 치료방법까지 환자들에게 설명한다.
무조건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고 선전하고 있는 일부 척추관절병원들과 달리 환자상태에 맞는 ‘맞춤치료’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운동치료와 함께 그는 미니척추유합술과 통증 없는 척추유합술 등을 개발, 보급한 베테랑 전문의다.
“11년 전 하루에 외래환자가 10명이 넘으면 스텝들과 함께 점심을 사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누구냐고요? 에어컨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모기장도 치지 않아 모기가 극성인 6월 저를 믿고 허리디스크 수술을 한 남성 환자입니다.”
임 병원장은 2011년 척추전문병원과 의료기관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나누리서울병원 건물은 오피스건물이라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의료기관 인증 획득을 위해 수술실 전체를 무균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척추전문병원과 의료기관 인증을 동시에 받은 것이 병원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마음고생은 심했죠.”
“해외환자, 진정성 없이 치료하면 외면 당할 것”
나누리서울병원에 가면 몽골에서 온 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나누리서울병원도 다른 병원처럼 의료관광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속사정은 달랐다.
“개원 당시 인연이 된 몽골의사가 지인들을 병원에 보내 치료했죠. 그때는 의료관광이니 한류니 그런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완치가 돼 돌아간 사람들이 또 환자를 보내고, 몽골 고위관료들까지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다 보니 상대적으로 몽골에서 온 환자들이 많아졌습니다.”
현재 나누리서울병원 전체 외국인환자 중 몽골환자 비율은 49%정도로 몽골환자 외에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해외환자가 나누리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임 병원장은 의료계에 불고 있는 ‘의료관광’에 대해 뼈 있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아무리 한류, 의료관광이 좋다고 해도 그들도 사람인데 의사가 진정성을 갖고 치료에 임하는지 아닌지 알 수밖에 없다”며 “진정성을 갖고 외국환자를 치료하지 않으면 외국환자들이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누리서울병원, 척추전문병원 선도할 것”
임 병원장에게 개원11주년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10년이란 세월을 정리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개원한 느낌”이라며 “11년 전에는 서울병원 하나였지만 이젠 나누리인천병원, 나누리강서병원, 나누리수원병원은 물론 내년에 각각 개원 예정인 나누리상하이병원과 나누리주안병원을 아우를 수 있는 중심병원이 될 수 있도록 나누리서울병원을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임 병원장은 “우리사회가 초고령화사회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어 척추관절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가진 척추관절병원들이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인데 수술과 비수술치료 모두 검증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병원 발전을 자신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 병원장은 “11년간 함께 고생한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며 “병원이 성장한 만큼 이제는 나누리서울병원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 실천에 옮길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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