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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언의 길 위의 이야기] 데카당스 문학

입력
2014.09.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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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타락론 등의 작품을 쓴 일본 소설가 사카구치 안고의 책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는 왜 데카당스 문학이라는 것이 없을까. 그런 자문이 들고 보니 정말 데카당스 문학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 문학의 현실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퇴폐와 사회의 타락성을 깊이 조응시키는 데카당스 문학에 대해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우리나라 작가는 이제하 선생과 윤후명 선생 정도다. 두 분의 어떤 작품들은 일본에서 데카당스 문학을 보여준 사카구치 안고 등 무뢰파 작가들 못지않게 깊고 적나라하다. 그 세계는 선명한 이색(異色)이었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데카당스 문학은 이후에 계승되지 않았고, 평가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그래서 거기에서 끊긴 느낌이다. 과거에 이상 같은 작가, 그리고 전후 손창섭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서 허무주의 깊은 냄새가 배어나는데, 그것은 일제 치하라든가 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역사적 사정과 맞물리는 것이었다. 진정한 데카당스 문학은 삶의 보편적 상황에서도 충분히 인간과 세계의 비참함을 발견하고 그것을 깊고 낮고 무거운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리라. 우리나라처럼 해서는 안 되는 게 많고, 도처에서 모독과 수치의 세례가 벌어지고, 곳곳에서 권력과 돈의 다툼이 벌어지고, 부조리한 욕망과 불량한 연애가 끊이지 않는 땅에서 데카당스 문학이 없다니. 우리 문학이 왜소하다는 지적에는 데카당스 문학의 부재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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