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는 어느 해보다 눈에 띄는 참가자들이 많다. 반전(反戰)단체 회원들이 세계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분단의 현장을 달리고, 풀 코스를 완주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일반인 참가자들의 의미 있는 도전들도 이어진다.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일본 평화헌법 9조 수호회’ 소속 다케다 요시히코(73)씨는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로 대회에 참가한다. 중일 전쟁 때 아버지를 잃은 그는 전세계 마라톤 대회에 535차례나 참가해 평화를 기원하며 달렸다. 같은 단체 소속 평화운동가 사토 요시유키(61)씨와 하시모토 세이휴(64)씨도 함께 입국해 분단의 현장을 함께 달린다.
의미 있는 개인기록 달성에 나선 도전자도 있다. 김명순(52ㆍ경기 일산시)씨는 풀코스 100회 완주를, 남편 전상배(54)씨는 ‘서브-3(풀 코스 3시간 이내 완주)’기록 달성에 도전장을 냈다. 김씨와 전씨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무려 4일 연속으로 풀 코스를 완주해 조만간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다. 이 부부는 2002년 태어난 막내 아들 도영(12)군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특히 2011년 아들 기수(23)씨가 군에 입대하자 전투모를 쓰고 각종 대회에 나와 유명세를 탔다. 남편 전씨는 “아들이 군 복무를 했던 철원군 동송읍을 지날 때는 아들 과의 추억이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ㆍ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주류회사인 맥키스사의 조웅래(55) 회장도 아들과 함께 50번째 완주에 도전한다. 신입사원 채용 시 달리기 10km 런닝 테스트를 하고 ‘마라톤 수당제’를 운영하는 등 조 회장은 달리기 예찬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매년 대전 계족산 맨발마라톤(마사이 마라톤) 대회를 여는 등 마라톤 대중화에도 한몫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달리다 보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겨내고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큰 자신감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호회 가운데는 ‘달리는 자는 늙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주자불로(走者不老) 마라톤 클럽이 눈길을 끈다. 회원 35명이 완주에 도전하는 이 클럽은 구로 전자부품유통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 관계자들로 이뤄져 있다. 회원들은 매주 화ㆍ목요일 마다 안양천을 달리며 실력을 다져왔다.
특히 이날 미스코리아 입상자 출신들로 이뤄진 걸 그룹 ‘K-GIRLS’가 축하공연을 통해 맘껏 끼를 발산한다. 미스코리아 조직위원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지난해 11월 결성한 이 그룹은 리드보컬 지안(2011 미스 경남진)을 비롯 세은(2013 미스 인천 선), 상은(2013 미스 전북 진), 아라(2013 미스 광주전남 미), 연수(2012 미스 대전충남 진) 등 5인조로 구성됐다. K-GIRS가 이날 선보이는 ‘Fly high’와 ‘Not Bad’는 힐링을 주제로 한 곡이다. 이 곡은 JYJ 김재중과 SS501 김규종, 비스트&에이피크의 스키니 베이비(Skinny Baby)의 앨범을 맡았던 프로듀서 팀 ‘진짜 사나이’가 제작해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회 성공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는 숨은 일꾼들도 많다. 인라인 패트롤과 육군 5군단과 제6보병사단 장병들도 이날 휴일을 반납하고 궂은 일을 도맡는다.
철원=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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