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경색 돌파구 마련 '빈손' / 北 "철면히 가소로운 추태" 반발
안보리 회의 등 참석 광폭 행보, 美 주도 대테러전쟁 적극 지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 공식 데뷔를 순조롭게 마무리 지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북핵과 북한 인권, 일본군 위안부 등 동북아 현안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기후정상회의 등 다자회의에 연이어 참석하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냈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으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회적 언급에 그치는 등 확고한 입장을 정하지 못해 한일관계 개선도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보다 악화 부추길 우려
우리 정부는 유엔총회 기간 내내 북한 인권을 겨냥해 공세적 입장을 폈다. 박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평화’(22차례)라는 단어 다음으로 ‘북한’(16차례)과 ‘인권’(14차례)을 가장 많이 언급하면서 북한 인권 해결에 집중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날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판한 뒤였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보여준 교류ㆍ협력의 코드와 다른 강경기조는 당장 북한의 반발을 불렀다. 북한은 이날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윤 장관의 북한 인권대화 제의를 “철면피하고 가소로운 추태”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기조를 두고 유엔총회라는 다자무대를 주도하는 미국이 대테러 및 반인권 전쟁을 벌이는 상황을 감안한 외교적 접근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 인권을 과도하게 강조한 것을 두고는 남북관계를 희생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은 다른 나라보다 남한이 인권을 거론할 때 더욱 민감해 진다”면서 “기조연설에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으로 미뤄 현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한일관계는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둔 외교적 접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동이나 조우가 끝내 불발되면서 기대했던 유엔 무대에서의 극적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다자채널에서는 폭넓은 행보
박 대통령은 유엔 무대 데뷔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에 이사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미국이 주도하는 대테러 전쟁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및 외국인 테러 전투원’(FTF) 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엄격한 법 집행과 효과적인 자금 출처 차단 등을 통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의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로 열린 이날 안보리 정상회의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국제사회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FTF 대응을 위한 안보리 차원의 결의를 채택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열린 유엔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국제기구인 ‘교육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쉽’(GPE)에 500만달러(약 52억1,300만원) 기부계획을 밝혔고, 23일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 협약 체제의 재원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에 최대 1억 달러 기여를 약속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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