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동일한 비율로 연금 삭감 땐 임금 낮은 하위직 충격 커 노후 위협"
일각선 "공무원은 빈곤층 아닌데 소득 재분배 받을 근거 부족"
한국연금학회의 안의 공개로 공무원연금 개혁이 공론화하면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모든 공무원을 대상으로 급여수준을 급격히 낮추는 연금학회안이 재정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 연금으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시키는 근본적 문제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무원연금은 재직 동안 평균 소득액에 연금지급액이 정비례한다. ‘1.9%×재직기간×재직기간 평균 월급’으로 연금지급액이 산출된다. 월급이 1,000만원이 넘는 장관급과 140만~150만원 수준인 9급 공무원의 연금지급액은 그만큼 차이가 크다. 문제는 고위직과 하위직의 연금지급액을 동일한 비율로 삭감할 경우 임금 수준이 낮은 하위직에게 연금이 노후 보장 역할을 아예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위직과 상위직 공무원 간에 상당한 임금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소득수준이나 예상 연금액에 상관없이 똑같은 개혁조치를 적용하게 되면 하위직급의 경우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개혁을 피할 수 없다면 소득재분배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소득재분배 방법은 공무원연금의 부과?지급 기준이 되는 소득 상한선을 낮추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일부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연금을 삭감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면서 저소득 공무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현재 공무원연금 보험료가 부과되는 월 소득은 최대 805만원이다. 국민연금(408만원)의 2배 수준이다. 이 금액을 넘기는 월급에 대해서는 연금보험료도 물리지 않고 나중에 연금을 줄 때도 소득액으로 산정하지 않는다. 이 기준을 낮출수록 재정적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상한을 낮추면 지나치게 많이 주던 연금을 삭감하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어느 정도 재분배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이미 은퇴한 수령자들도 연금 절대액 상한제를 적용해 연금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금 급여를 삭감하면서 소득이 낮은 공무원은 덜 줄이고 높은 공무원은 더 줄이는 ‘상박하후’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정 금액 이상을 일괄 삭감하거나 연금액별로 상이한 삭감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급여를 직접 삭감하는 방법에 반발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간접적으로 차등 삭감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현행 제도는 연금액을 물가에 따라 연동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구간별로 일정수준까지는 물가상승률, 그 이상은 물가상승률의 절반만 적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득재분배 장치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직 공무원이 빈곤층도 아닌데 소득재분배를 받아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공적 연금제도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넣는 방식은 소탐대실로 중산층 이탈을 불러올 우려가 있어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도 직급간 형평성을 고려한 타협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은 25일 “연금학회의 개혁안에 공무원집단 내부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제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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