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이 25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홀더 장관의 사퇴는 이날 오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그는 후임이 확정되는 대로 물러날 계획이다.
ABC 방송은 “홀더 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최근 몇 개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거취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면서 “지난 노동절(9월1일) 주말에 백악관에서 가진 한 시간 가량의 대화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최종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홀더 장관의 사퇴 이유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달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시에서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발생한 흑인 소요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홀더 장관 지인의 말을 빌어 “과중한 업무에 지쳐 이전부터 홀더 장관이 여러 번 사임을 고려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홀더 장관은 오바마 1기 행정부인 2009년 2월부터 5년 8개월을 가량 재임해 온 최장수 각료 중 한 명이다. 또 첫 흑인 법무장관이자 법무장관 역사상 4번째 장수 장관이기도 하다.
홀더 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클린턴 사단’ 출신 변호사로 2008년 대선 초반부터 선임 법률고문으로 활동하며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 섰다. 특히 부통령후보 선정위원회에서 조지프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을 지명하는데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10살 차이가 나지만 컬럼비아대 학부 동문이라는 학연을 갖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라디오 NPR은 이날 홀더 장관의 업적을 평가하면서 그가 2009년 한 연설에서 “미국은 인종 문제 측면에서 겁쟁이들의 나라(a nation of cowards)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고 전하면서 그로부터 5년 후 퍼거슨에서 흑백 갈등 소요사태가 불거져 직접 현장에 급파돼 사태진화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홀더 장관의 후임에는 도널드 베릴리 현 법무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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