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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장관이 흔들어 대는 '재벌 무관용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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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무장관이 흔들어 대는 '재벌 무관용 원칙'

입력
2014.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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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잘못된 기업인도 여건이 조성되고 국민여론이 형성된다면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리 혐의로 수감돼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재벌 총수들에 대해 가석방이나 사면 등 선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법무부는 “원칙에 부합되고 요건이 갖춰질 경우 누구나 가석방 등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얘기”라고 해명했으나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황 장관이 뜬금없이 여러 언론을 상대로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을 연속적으로 했다는 것부터가 석연찮다. 뭔가 복선이 깔려 있다고 믿기에 충분하다. 인터뷰 내용 중 “경제 살리기에 헌신적인 노력을 다하고” 운운한 대목은 엄정한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장관이 말할 성격이 아니다. 경제 살리기에 사활을 건 청와대와 교감을 거쳐 여론 떠보기 차원에서 언급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비리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시행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과거 횡령ㆍ배임ㆍ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재벌 총수들의 경우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관례였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공식처럼 성립돼 속칭 ‘정찰제 판결’이라는 비아냥까지 있었다. 재벌 총수는 가석방과 사면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러나 지난 대선 경제민주화 분위기가 일면서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는 관행은 끊어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더욱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지난해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가석방 조건이 충족됐지만 불허됐고, 올 1월에 실시된 특별사면에서도 기업인은 제외됐다. 법원에서도 이런 흐름에 부응해 기업인의 불법ㆍ비리에 대한 엄벌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황 장관의 발언은 어렵게 정착해가고 있는 재벌 총수 비리 무관용 원칙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기업 오너 비리에 대해 “법원이 관용을 베푸는 일은 없어졌고 이런 경향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자리잡은 원칙이 경제 상황을 핑계로 후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재벌 총수들에 대한 엄격한 잣대로 재계에서도 이젠 불법ㆍ탈법 경영이 발을 붙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심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정서에 반하고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발상을 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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