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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보은·낙하산 인사, 해도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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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보은·낙하산 인사, 해도 너무한다

입력
2014.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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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차기 총재로 내정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적십자사 차기 총재로 내정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어제 주주총회를 열고 곽성문 전 한나라당 의원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하면 그는 3년 임기의 사장에 취임한다. 곽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인사이고, 최종 후보에 오른 나머지 2명은 코바코 내부 인사여서 일찌감치 내정설이 파다했다. 한 지원자는 “청와대 전화를 받고 응모했는데 알고 보니 들러리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날에는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한국적십자사 총재에 선출됐다. 둘 다 해당 업무에 전문성이 전혀 없어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마다 되풀이돼 온 ‘낙하산ㆍ보은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야당 대표 시절 참여정부를 향해 “이런 인사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해를 끼치고 결국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고, 대선 당시 ‘부실 인사의 낙하산 임명 관행 근절’을 공약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다”던 다짐은 금세 거짓으로 드러났다. 최근만 해도 대선캠프 출신인 방송인 자니윤씨를 한국관광공사 감사에 임명하고, 백기승 전 청와대비서관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앉혔다.

더 심각한 것은 인사의 제1원칙이라던 전문성은커녕 도덕성 등 자질이 의심스런 인사들까지 마구잡이로 내려 꽂는 행태다. 곽 전 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2005년 대구지역 경제인들과의 회식에서 정치자금을 주지 않는다며 맥주병을 던지는 등 추태를 부렸다. 오랫동안 ‘옛 중앙정보부의 프락치’ 의혹도 제기돼 왔다. 민청학련계승사업회와 이철 전 의원은 “1974년 인혁당ㆍ민청학련 사건 당시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장이었던 곽 전 의원이 군법회의에 검찰측 증인으로 나가 허위증언을 했고 그 덕에 MBC 기자에 특채됐다”고 주장했다.

김 신임 총재 역시 국내 대표 구호기관이자 대북 인도주의 활동을 담당하는 한적 업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인이다. 더구나 그는 대선 당시 야당과 후보들을 비하하고 “나는 영계를 좋아한다”는 등의 해괴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에서도 ‘인물이 그렇게 없나’는 한탄이 나오는 마당이니,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자 화룡점정”이라는 야당의 지적이 결코 과하지 않다.

어떤 비판에도 귀를 막은 박 대통령에게 “부실인사가 원칙 없이, 전문분야와 상관없는 낙하산으로 임명되는 것은 반드시 근절하겠다”던 약속을 상기시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사는 결국 대통령과 정부에게 부담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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