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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메트로 소탐대실 말아야

입력
2014.09.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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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한민국 수도권의 지하철에서 가장 강조돼야 할 게 ‘안전’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월호의 비극에 애통해하던 국민들에게 지난 5월 상왕십리 전동차 추돌사고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하철 안전운행을 구성하는 여러 시스템의 상호보완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중간수사 결과가 나왔다. 사고 노선을 운행하는 전동차도 대부분 사용연수가 20년이 넘는 노후 차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즉각 “빚을 내서라도 노후 전동차의 교체 및 현대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방침에 크게 고무된 필자는 지하철의 안전과 서비스의 개선은 물론 수요부족에 허덕이던 국내 철도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뒤이어 알려진 외국 차량업체의 무분별한 입찰참여 허용방침은 용인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예산낭비를 우려해 국제입찰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입찰은 호혜원칙에 따라 정부조달협정(GPA)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찰참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CNR은 고속철도에 대한 중국정부의 집중투자를 배경으로 세계 1위 철도차량기업으로 성장한 국영기업이다. 중국정부는 철도차량 조달구매 시 우리 기업의 참여를 허용한 적이 없고, 정부조달협정을 비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중국기업의 국내 입찰 참여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이유는 우리 기업의 기술발전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의 고속철 도입당시 알스톰의 TGV 기반 KTX를 도입한 이유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술을 통해 우리 철도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실제 우리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 4번째로 시속 400㎞급 열차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중국 전동차의 도입은 이런 국내 기술발전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지하철의 생명인 ‘안전’은 전동차의 제작ㆍ납품만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호, 통신, 관제 등 지하철의 종합안전시스템과의 결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주자와 제작사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지난 40년간 쌓아온 서울 지하철 고유의 시스템 기술의 유출도 예상된다. 다시 말해 기술의 발전은 고사하고 우리 기술마저 내줄 수도 있다.

정부는 철도차량제작 등 철도산업을 제2의 조선산업으로 인식하고 기술발전을 통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2008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R&D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시속 400㎞급 고속열차는 물론 자기부상열차, 무가선 전동차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기술투자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부는 외교 및 통상협상에서 국내 철도기술의 수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렇듯 국가가 철도산업발전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적은 국내 수요를 경쟁국 기업에게 빼앗길 가능성이 있는 입찰을 한다면 이는 국가적 낭비로서 엄청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영세한 국내 철도부품업계의 연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전동차의 교체는 작게는 차량 현대화, 크게는 지하철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 친환경 교통수단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산업계가 수주할 경우 고급 기술의 시연을 통해 경쟁력을 인정받고 세계시장으로 나갈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것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알고 있다. 서울 메트로 전동차 교체가 단순한 차량교체가 되느냐, 미래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가 되느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산업ㆍ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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