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1차 시기에 치명적 실수 2연패 목표 물거품
北 리세광은 4위에 그쳐
남북 ‘도마 신’들의 대결에서 아무도 웃지 못했다. 양학선(22ㆍ한국체대)과 북한의 리세광(29)은 모두 1차 시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바람에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양학선은 2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에서 1, 2차 시기 평균 15.200점을 받아 은메달을 따냈다. 양학선은 1차 시기에서 신기술이 아닌 난도 6.4짜리 ‘양학선’(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을 시도했다. 하지만 회전이 부족했고, 착지도 좋지 않아 15.000점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앞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2차 시기 때 최고 난도 6.4의 신기술 ‘양학선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 비틀기)를 구사했다. 안정적으로 착지한 양학선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러나 ‘양학선2’는 난도 6.0의 ‘로페즈’(도마를 옆으로 짚고 세 바퀴 비틀기)로 인정 받아 15.400점이 나왔다. 생각보다 낮은 점수에 양학선은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리세광 또한 1차 시기에서 난도 6.4의 ‘드라굴레스쿠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두 바퀴 돌고 반 바퀴 비틀기)를 시도했으나 착지할 때 중심을 잃고 넘어져 14.166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독자 기술 ‘리세광’(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두 바퀴 돌면서 한 바퀴 비틀기)을 깔끔하게 성공, 15.433점을 획득했지만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다. 1, 2차 시기 평균 14.799점으로 4위에 그쳤다.
세계 도마를 호령하는 양학선과 리세광이 뼈아픈 실수를 한 반면 1, 2차 시기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홍콩의 섹 와이 헝(23)이 평균 15.216점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사실 양학선은 경기전부터 절박한 심정이었다. 홈 팬들 앞에서 ‘금빛 착지’를 보여준다고 약속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 사이 리세광은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도마 예선부터 양학선을 제치고 당당히 1위로 통과했다.
양학선은 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를 위해 모험을 걸 수밖에 없었다. 최고 난도 6.4의 신기술 ‘양학선2’를 선택했다. 오른다리 햄스트링 부상 탓에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성공 확률 또한 극히 떨어졌지만 5개월 전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양학선은 지난 4월 아시안게임 리허설 무대 코리아컵 대회에서 허리 통증을 딛고 ‘양학선2’를 처음 선보여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진통제 투혼까지 불사한 양학선은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대회 2연패에 실패했다. 그는 경기 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1등 한 이후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는데”라며 뒷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양학선은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허벅지가 아팠지만 마지막까지 경기에 참가해 다행이다. 2차 시도 때 내 의지를 믿고 ‘양학선2’를 하려고 했는데 몸이 따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여자 기계체조의 윤나래(17ㆍ대구체고)는 마루 결승에서 13.700점을 받고 동메달을 추가했다. 지난 23일 한국 여자 기계체조 사상 첫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낸 윤나래는 이날 두 번째 메달을 거머쥐며 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안게임 마루에서 메달이 나온 것은 2002년 부산 대회 김지영 이후 12년 만이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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