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정·수술 숙고...필수 고려사항
국내 성형의학 기초 닦고 지난달 퇴임...얼굴 함몰 크루종씨병 수술 최초 성공
"성형 부작용 조언 역할로 인생 2막"
“손상된 신체의 일부분을 복원하는 것이 성형의학의 기본임을 후배와 제자들이 잊지 말길 바랍니다.”
지난 40년 동안 대한민국 성형의학의 기초를 닦은 이윤호(65) 서울대 명예교수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원의술과 미용의술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내 성형의학이 전문 진료과목으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로 척박했던 1970년대 일반외과의 일부분이었던 성형의학과를 독립시키고 성형의학 전문의를 양성하는데 앞장섰다. 국제성형외과연맹 극동아시아 대표, 한중의학학술대회 조직위원장, 대한화상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학술대회와 초청강연을 통해 해외에 성형 한류를 일으키는 데도 공헌했다. 그는 지난달 말 정년퇴임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 시절 교과서에 없는데도 시험 때 꼭 내는 단골 문항이 있다. ‘미용 성형수술 시 지켜야 할 3원칙은 무엇인가.’ 답은 첫째, 수술 받는 환자의 정신이 안정적이어야 할 것. 둘째, 환자 본인이 오랜 기간 숙고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것. 마지막으로 의료 목적 외의 성형 수술은 절대 ‘세일링’ 하지 말 것이다. 이 교수는 “의술 역시 시대와 유행을 타게 마련이지만 이를 초월해 지켜야 할 덕목은 밸런스(균형) 감각”이라며 “수업시간에 누차 강조했지만 (제자들이) 세상에 나가 진흙 속에 묻히다 보니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 교수의 전문분야는 ‘두개악안면 재건성형술’. 선천적인 얼굴 기형으로 일그러진 두개골을 원상 복귀하는 수술이다. 성형학의 기초이자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데, 흔히 알려진 양악 수술도 여기에 포함된다. 눈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오고 얼굴 가운데가 함몰된 크루종씨병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국내 최초로 파라핀에 대한 논문을 썼다. ‘돌파리 의사’들이 유해물질인 파라핀을 마구잡이로 투여해 성형 시술하던 시절 지도교수의 지시에 따라 서울 곳곳을 발품 팔며 사례를 수집했다. 칫솔이나 나무를 깎아 코를 세우는가 하면, 이런 ‘짝퉁 시술’에 조폭들이 개입된 경우도 많았다. 이 교수는 “원체 겁이 없는 성격이어서 가능했지, 웬만한 사람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후 계획도 꼼꼼히 세웠다. ‘119 성형외과’를 설립, ‘해결사’ 역할을 할 계획이다. 제자나 후배로부터 “수술 중 상태가 안 좋아졌는데 어쩌면 좋겠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곤 했다. 이런 요청이 있을 때 조언과 치료방법까지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역 시절 외래 환자의 80%가 성형실패, 성형부작용 환자였다. 또 관심 분야인 세포치료, 유전자 치료 등 생명공학과 제약산업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성형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사회적 판관’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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