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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치던 작품들에게 제주는 운명의 장소

입력
2014.09.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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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사옥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김창일 아라리오 갤러리 회장

이번엔 제주에 3곳 동시 개관 앞둬

"작품은 맞는 공간에서 가치 커져, 개관전 이름 '운명적으로'인 이유"

김창일 아라리오 갤러리 회장이 제주 시내에 버려진 건물 3곳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창일 아라리오 갤러리 회장이 제주 시내에 버려진 건물 3곳을 사들여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9월 서울 원서동의 ‘공간’ 구사옥을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탈바꿈시킨 김창일(63) 아라리오 갤러리 회장이 이번에는 제주 시내 3개 건물을 미술관으로 바꿨다. 각각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샵’ ‘동문모텔’이다. 세 미술관은 10월 1일 동시에 문을 연다.

24일 열린 개관 기자간담회에서 김 회장은 “천안 수장고에 가면 작품이 자기들을 내보내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다”며 “마침내 그 작품들을 공개하게 됐다”며 미술작품과 미술관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작품은 전시돼야 가치가 있습니다. 미술품을 수집만 하고 전시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직 모아놓은 작품들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길을 찾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저는 ‘운명적으로’ 좋은 공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개관전 이름이 ‘운명적으로’인 이유다.

그는 작은 규모의 사립미술관을 여럿 세우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작품에 맞는 전시 공간을 찾아야 그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는 겁니다. 공공미술관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미술을 사랑하는 수집가들이 사립미술관을 더 많이 세워 작품들에게 자리를 찾아줘야 합니다.”

미술관들은 서울의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예전 건물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미술관 이름부터 예전 건물의 용도를 밝혀 지었다. 건물 외부는 붉은색으로 뒤덮어 주변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지만 내부는 회색 시멘트와 벽돌, 철골과 목재 등을 대부분 그대로 두었다. “거친 공간에서 작품이 더욱 돋보였으면 좋겠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영화관을 개조한 ‘탑동시네마’에는 커다란 공간을 활용해 아라리오 콜렉션에서 가장 거대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중국 작가 장환의 ‘영웅 2.0’은 길이가 10m, 높이가 5m에 이른다. 이 작품은 철제 구조물에 100여 마리의 소 가죽을 덮어 만들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길이 21m, 높이 3m에 달하는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는 2개 층에 걸쳐 전시된다. 공중에 매달린 인도식 나무배 안에 가재도구를 잔뜩 싣고 배 위에서 살아가는 이주민의 불안한 삶을 표현했다.

탑동시네마에서 약 1㎞ 떨어진 장소에 있는 ‘동문모텔’은 영화관과 반대로 좁은 객실에 주목했다. 모텔의 한 층을 원형대로 남기고 각 객실에 작은 영상작품을 하나씩 설치해 비디오방 느낌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모텔에 버려져 있던 거실장 위에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탑동시네마 바로 옆에 위치한 ‘탑동바이크샵’은 두 장소와 달리 평범한 전시공간으로 개조됐다. 작가 개인전이나 특정 주제의 기획전을 위해 준비한 공간이다. 개관전으로는 실험미술가 김구림(78)의 작품을 시대별로 조명한 개인전이 열린다. 내년 3월 개관하는 동문모텔 근처의‘동문모텔 2’ 역시 탑동바이크샵과 같은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미국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2013년 세계 200대 수집가로 꼽은 김 회장은 총 3,700여점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네 개의 미술관을 열고도 “아직 공개하지 못한 작품이 많다”는 김 회장은 “대전에도 건물 하나를 점찍어 놓고 미술관으로 만들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콜렉션이 모두 운명적인 만남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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