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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조직 빗장 풀고 세상의 혁신 아이디어 모아라

입력
2014.09.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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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잼 행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IBM의 글로벌 이노베이션 잼 행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세계 정보통신(IT)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빗장 열기’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MS는 전 세계 소프트웨어(SW) 개발자들이 함께 참여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플랫폼 ‘하둡’ 개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MS는 과거 대표적 오픈소스 프로젝트이던 ‘리눅스’에 대해 “지적재산권 개념에 달라붙는 암세포 같은 존재”라 비난했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자신들이 독점해 온 소프트웨어 일부를 외부에 공개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전담할 ‘오픈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까지 차리는 등 180도 입장을 전환한 것. 이런 변신에 대해 미 IT 시장조사전문회사 가트너의 마크 드라이버 부사장은 “오픈소스는 오늘날 인터넷을 이끄는 혁신의 상징”이라며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에 밀리고 있는 윈도우가 시장에서 버림 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찾거나 회사 운영 상 드러난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자신들의 핵심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개하면서까지 외부와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열풍이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

오픈이노베이션은 미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 자신의 책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는 연구개발(R&D) 비용은 계속 늘고 있는데 반해, 제품의 생명 주기는 짧아지면서 내부 조직 중심의 R&D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준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업들이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는 이유에 대해 “기술, 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빨리 성숙하고, 사업 영역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새로운 기술 시장의 탄생이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의 조직 틀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고, 조직 내부의 갇힌 생각이나, 내부 역량 만으로는 빠른 변화의 속도를 쫓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하버드대 MBA 출신 제이 로저스가 2008년 세운 온라인 자동차 회사 ‘로컬모터스’는 직원 12명에도 불구하고 1년 6개월 만인 2009년 ‘랠리파이터’라는 자동차를 선보여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 비결은 오픈이노베이션. 회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입된 전 세계 500여명 자동차 디자이너, 엔지니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생산은 지역의 작은 규모 공장들이 모여 진행했다.

최근에는 R&D 조직에 국한된 것이 아닌 회사 전체에 대해 빗장 열기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10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하고 있는 P&G는 ‘혁신&지식 담당 부사장’이 관련 비전 수립과 실행, 평가 등을 총괄하고, 사업부 마다 담당 책임자를 두고 부사장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 운영하고 있다. GE는 ‘탑다운 방식’으로 회사 차원의 ‘상상력 돌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고, 경영진도 의무적으로 해마다 세 차례 이상 새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CEO가 심층 검토한 후 프로젝트화 한다. 독일 화학제약기업 바스프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전담하기 위한 독립 자회사를 만들어 새 사업 분야 및 중장기 기술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IBM은 ‘이노베이션 잼’이라는 클라우드소싱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슈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직원과 가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고객, 컨설턴트, 비즈니스 파트너까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온라인 토론프로그램이다. 대중교통 정보시스템, 지점 없는 은행, 3D인터넷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화에 성공했다.

또 중복 투자의 위험성을 줄이고, 그 동안 과소 평가된 사업 분야 등 ‘숨겨진 자산’을 찾기 위해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도 활발하다. 구글은 자신의 업무를 돕거나 프로젝트에 기여를 한 동료에게 보너스를 주는 ‘동료 보너스(Peer bonus)’ 제도를 통해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또 회사 안에 있는 각 분야 전문가가 누구인지,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하고 업무 시간의 20%는 의무적으로 다른 분야를 들여다 보도록 하는 ‘20% 룰’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 맵스, 지메일(G-mail)등 히트작도 이 룰을 통해 나온 것이다.

방대한 규모의 네트워크와 자료 분석을 통해 적절한 기술, 아이디어 보유 전문가를 연결해 주는 ‘중매쟁이’ 회사와 단체도 늘고 있다. 나인시그마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만개 정도였던 기술제안서가 현재는 3만5,000개를 넘어설 만큼 활발하며 이런 기업들이 수백개 활동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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