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법 개정 후 첫 의무 부과
전자제품을 개발ㆍ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이 2011~12년 정부에서 받은 연구비 8,600만원으로 총 17회에 걸쳐 회사 영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다음 있지도 않은 특허를 처리하는 비용으로 거짓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다른 전자회사는 하지도 않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허위 영수증을 발행해 정부 연구비를 집행했다. 이 돈은 실제로는 직원 급여로 지급됐다. 이들 기업에게는 각각 2,056만5,000원과 967만6,000원의 과징금(제재부가금)이 부과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2012년 이후 연구개발 사업비 부정사용 행위를 한 17개 기업에 총 7억500만원, 연구원 5명에게 2,900만원의 제재부가금을 징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회사 대부분은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다. 제재부가금 부과 대상의 절반가량이 연구비를 무단 인출해 회사의 경영자금으로 썼다. 한 기계회사는 정부 연구비 2,800만원을 회사의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데 충당했고, 자전거 부품을 다루는 한 회사는 정부 출연금 1억5,900만원으로 직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회사 빚을 갚았다. 심지어 연구비로 사무실 공과금을 내거나 퇴직금을 지불한 경우도 있다.
개인 차원의 부정행위도 적지 않았다. 대학에서 일하는 연구원 정모씨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과정의 강사에게 강의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엉뚱한 사람에게 강의료를 입금하고 자신이 되돌려 받는 식으로 연구비 650만원을 횡령했다.
정부 연구비를 지원받는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사업계획서에 명시한 기술개발 목적에 한해서만 돈을 사용해야 한다. 다른 목적으로 연구비를 유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는 별도 조사나 내부 고발 등이 아니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올 5월 연구비 부정사용을 지속 감시하고 적발되면 제재부과금을 의무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으로 산업기술혁신촉진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산업부가 처음으로 과징금 부과에 나선 것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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