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누리꾼이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역할로 유명한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의 누드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건이 사실은 바이럴 마케팅 회사의 계획된 캠페인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 등은 자신을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4챈(4CHAN)의 이용자라고 밝힌 익명의 누리꾼이 20일 엠마 왓슨의 누드 사진을 전 세계에 유포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지만 사실은 마케팅 회사의 불쾌한 조작이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누리꾼은 ‘다음 차례는 엠마’(emmayouarenext.com)라는 주소의 웹사이트까지 개설해 엠마가 눈물을 닦는 사진과 자신이 누드 사진 공개를 예고한 23일 자정까지 카운트다운 되는 시계를 올려놨다. 그는 해당 웹사이트 주소를 퍼뜨려 사용자들이 링크를 타고 접속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예고된 시간에 접속해도 해당 웹사이트에는 엠마 왓슨의 누드 사진이 게재되지 않았다. 대신 ‘4챈을 폐쇄하자’는 문구와 함께 “사생활 사진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함께 하자. 여성들이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며 “4챈을 폐쇄해 여성들을 보호하자”는 메시지가 떴다. 알고보니 이 웹사이트는 여배우들의 사적인 사진이나 누드 사진이 유포되는 4챈을 비판하는 취지에서 한 바이럴 마케팅 회사가 계획한 것이었다.
마케팅 회사의 이 작전은 흥행에 성공했다. 운영자에 따르면 ‘다음 차례는 엠마’ 웹사이트에는 4,800만명이 방문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700만건의 페이스북 좋아요 및 공유, 300만건의 트위터 멘션을 기록했다.
4챈은 최근 해외 유명 스타들의 누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된 커뮤니티다. 4챈에는 1일부터 제니퍼 로렌스, 케이트 업튼, 킴 카다시안 등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맥케일라 마루니, 호프 솔로 등 스포츠 스타들의 누드 사진이 유포됐었다.
일각에서는 캠페인의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불쾌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목적이 어쨌든 그 과정에서 누드 사진이라는 선정적인 소재를 이용해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캠페인의 의도는 좋지만 엠마 왓슨은 수일 동안 ‘누드 사진이 유포될 것’이라는 성적인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며 “바이럴 마케팅 회사가 개인정보 보호나 남녀 평등이라는 본래의 캠페인 취지보다 본인들의 브랜드와 서비스 홍보에 더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더 버지는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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