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 배우자 순위서 '굴욕'
공무원, 금융직, 교사에 밀려나 의사 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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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이면 무조건 일등신랑감이냐고요? 그건 옛날 이야기입니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결혼 시장의 트렌드는 ‘명분보다 실리’라고 했다. 이상적인 변호사의 조건으로 변호사 의사 회계사 변리사와 같은 ‘사짜' 타이틀보다 실제 수입과 삶의 안정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집이 없는 35세 전문직 남성'이 여성 100명에게 만남을 신청했을 때 성공률은 65%로 나타났다. 소득 학벌 외모 등 조건이 비슷한 중소기업 직원이 집을 가진 경우라면 성공률은 60%였다. 전문직과의 차이가 5%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웅진 한국결혼문화연구소장은 “여성들은 이제 단순히 전문직이라는 이유 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고 실제 수입과 결혼 준비 정도를 주요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최근 여성들, 특히 어머니들의 안목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배우자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1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배우자로 적합한 남성의 직업 1위는 공무원 및 공기업직원(13.6%)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일반 사무직(10.4%), 금융직(7.8%), 교사(6.8%)의 순이었다. 2003년 조사때 1위였던 의사는 5위(6.7%)로 떨어졌다.
남성이 원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직업도 교사(12.9%), 일반 사무직(10.4%), 약사(6.15%), 금융직(5.7%) 순이었다. 듀오의 김미연 주임은 “최근 경제가 어려워져 노후 문제가 부각되며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남녀가 결혼 상대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김 주임은 “최근 젊은 세대들이 일과 성공보다 자신의 행복을 더 중요시하면서 가정과 배우자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배우자 선택 기준에서 상대방의 성격이 직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도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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