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과 보폭 맞추면서도 인권대화 제의 등 고육책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스텝이 꼬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통일대박’을 위해서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유인해내는 게 급선무인데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부각되는 바람에 남북관계의 악화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문제를 집중 공격하는 미국과 함께 보조를 맞추면서도 남북 인권대화를 제시하면서 북한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외교 현실을 두고 ‘줄타기 외교’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남북 인권대화로 남북관계 더욱 꼬일 수도
북한 유엔대표부는 23일(현지시간) 한미일이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를 갖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한 데 대해 “미국의 모략극”이라며 “미국이 비위에 맞는 일부 국가의 대표만 불러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와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가 마치 국제적인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오도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유엔총회에서 부각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가 미국의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인 억류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인권을 비판하며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낀 우리 정부의 애매한 처지다. 외교부는 북한 인권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당사국으로 국제사회의 요구에 동참하는 것은 물론 한미 공조 차원에서도 미국의 강도 높은 북한 인권 비판에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다.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각각 “북한에서 인권침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늘 회의가 개최된 것은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사라는 증거” 등의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드레스덴 구상 등의 실현을 위해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책무도 있다. 때문에 윤 장관이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남북 인권대화를 제안한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윤 장관의 남북 인권대화에 대해 “앞으로 고위급 접촉뿐만 아니라 남북한 간에 인도적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고위급 접촉이 된다면 인권 문제를 포함해 남북한이 논의하기 원하는 모든 현안을 서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북 인권대화에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미지수
하지만 윤 장관의 남북 인권대화 제의에 북한이 호응해올지는 미지수다. 도리어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지난 2월 발표된 COI 보고서의 내용을 반영한 유엔총회 결의안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북한의 거센 반발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유엔총회 차원에서 결의안을 채택하더라도 북한 김정은의 책임을 직접 지칭하는 등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총회 차원의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국제기구 논의 관행상 회원국 정상의 인권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관례도 아니다”고 전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은 인권문제를 다루더라도 남북 간에서 하길 원할 것”이라면서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북한의 반발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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