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2018년부터 통합교과목으로 제정되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교과서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통합사회에는 정치와 법, 사회ㆍ문화, 윤리와 사상 등 이념적 논란이 큰 과목이 대부분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춘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국정 전환 이유로 “그 동안 처음 만드는 교과목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국정교과서로 발행한 뒤 다음 교육과정 개편 때 검정으로 발행해왔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부터가 잘못됐다. 2009년 교육과정에 도입된 한국근현대사와 동아시아사 등은 처음부터 국정이 아닌 검인정으로 발행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교육부가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다른 내용을 들고 나오는 저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17년 수능시험에서 필수과목으로 전환되는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근거는 교과서 국정체제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전환 이유로 제시한 융합형 인재 양성과 모순되는데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는 ‘창조경제’ 개념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정진후 의원이 어제 내놓은 자료에서 알 수 있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과서 국정체제를 채택한 나라는 한 군데도 없다. 지식과 교육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획일화한 교육으로는 국가경쟁력의 퇴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는 북한, 베트남, 태국, 몽골, 스리랑카 정도다. 교과서 국정 전환은 결국 그들 개발도상국 체제를 따라가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국정교과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것은 헌법에서 금지한 ‘검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1992년 교과서 발행체제와 관련해 내린 결정문도 취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헌재는 “국정제도보다는 검ㆍ인정 제도를, 검ㆍ인정 제도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을 유지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의 이념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권 마음대로 교과서와 국가교육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사고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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