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 스티커·색깔별 바닥 타일 등...영양사 현장 경험 녹인 관리로 수상
요리법·급식메뉴 공유 블로그도 인기

인천 송도의 P엔지니어링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김대희(33) 영양사는 19일 위생상태와 식재료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 영양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한 ‘열린 청결 주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농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단체급식 레시피 공모전에서 대상과 동상, 심사위원 추천상, 친환경 레시피 금상, 잔반 줄이기 우수상을 받는 등 대내외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김 영양사는 이번 공모에서 누가 주방에 오더라도 알기 쉽게 따라 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관리함을 만들어 주방에서 실수로 버려지거나 훼손되는 음식을 표시해 정리했다. 또 소금, 설탕, 빵가루 등 대용량 식재료를 담는 용기에 스티커로 식재료명과 유통기한을 표기해 관리가 쉽도록 했다. 잊기 쉬운 각종 위생 법규를 축약해 그림과 함께 미니 메 모로 제작하고, 섞이기 쉬운 소독제도 색깔 별로 구분했다. 특히 주방 바닥을 구역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타일로 깔아 청소 구역을 분장함으로써 깨끗한 청소 관리가 가능토록 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제 업무를 정리했을 뿐인데 이런 큰 상을 받아도 될지…” 김 영양사는 P사가 지난 3월 경기 성남시에서 이곳으로 사옥을 옮겼을 때 주방설계 디자인도 맡아 했다.
그는 온라인에서는 영향력 있는 블로거다. 2011년부터 ‘대봉's 영양사 다이어리’라는 이름을 붙여 운영 중이다. 벌써 1,900여명이 이웃으로 등록해 레시피 뿐 아니라 단체 급식 메뉴, 영양사로서의 삶 등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있다. 대부분 동료 영양사들이거나 영양사 지망생들이다. ‘근무를 하면서 습득한 비결을 컴퓨터에서 관리해 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지난 11년 동안 대기업 위탁업체, 직영업체 등 다양한 종류의 주방을 맡아 관리하다 보니 이것저것 비결이 늘었다고 한다.
김 영양사는 “혼자 알기 아까운 정보를 담았다”며 “처음에는 그냥 ‘영양사 다이어리’라는 이름이었는데 남편의 권유로 별명인 ‘대봉이’를 넣었다”며 웃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금연 식단’과 ‘사찰 식단’. P사는 사원들에게 금연을 매우 강조해 일부 사원들이 무척 애를 먹고 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해서 연구한 게 금연식단이다. 자극적인 맛은 흡연 욕구가 강해지므로 고단백질과 저열량 식단으로 구성했다. 또 된장, 바지락, 브로콜리, 허브 차 등 니코틴 해독에 좋은 재료들을 사용한다. ‘사찰 식단’은 제철 음식을 연구하다 자연스레 식단으로 연결한 것인데 최근 채식, 현미밥 등 건강식을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이번 수상과 블로그 활동 등이 산업체 소속 후배 영양사들의 사기를 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산업체 구내식당에 소속된 영양사들은 학교나 병원 소속 영양사들에 비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해 슬럼프에 빠질 확률이 높고 심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후배 영양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워주고 싶어요. 더 욕심을 낸다면 단체급식에 도움이 될 실무 책자를 한 권 쓰고 싶습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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