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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회의 땅 캐나다를 적극 활용하자

입력
2014.09.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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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토가 큰 나라, 가채 석유 매장량이 세 번째인 나라, 한국전 참전국 중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 우리 해외동포가 네 번째로 많이 사는 나라,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사전을 만들어준 나라를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 나라가 캐나다이다. 캐나다는 국제무대에서 G7에 속하는 경제대국이며, 우리나라와는 개화기, 한국전쟁 그리고 70, 80년대 이민 붐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 영역에서는 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14년 만에 캐나다를 국빈자격으로 방문해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FTA를 체결하고 1993년 맺은 ‘특별 동반자’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킴으로서 양국관계를 외교안보, 경제통상, 과학기술, 교육문화 등 양자협력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의 외교공조를 대폭 확대하는 단계로까지 발전시켰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캐나다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일본, 중국, 대만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방대한 캐나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캐나다는 세계평화를 위해 1, 2차 대전에 참전했고, 1950년 한국전 참전 16개국 중 세 번째로 많은 2만7,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우리나라의 독립과 평화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도 유엔정전위원회에 캐나다 군대표를 참여시키고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캐나다이지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우리 눈에는 북미대륙하면 미국만 들어오지, 캐나다는 미국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캐나다를 우리 국익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까?

첫째, 캐나다는 우리나라가 200년간 소비할 수 있는 다량의 원유와 가스를 보유한 에너지 부국이다. 우리의 에너지 도입은 또 다시 테러와의 전쟁 위기가 감도는 중동에 집중돼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런 분쟁 리스크가 전혀 없는 캐나다로 도입선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캐나다산 원유와 가스가 우리나라에 직접 도달되기 위해서는 캐나다가 현재 적극 추진 중인 태평양 연안으로 이어지는 송유관 공사가 완공돼야 한다. 따라서 그 동안은 캐나다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진출이 매우 활발한데, 우리도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캐나다는 북한을 변화시켜 국제사회에 편입시키는데 우리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지난 2001년 2월 북한과 수교하고 대사를 파견(겸임국)하고 있으며, 1996년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강화된 2012년까지 식량 등 1억400만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북한에 제공한바 있다. 곡물 등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는 앞으로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경우 대북 인도적 지원을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는 잠재 지원국이며, 또한 세계에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인도주의 나라다. 이런 이유로 탈북자의 제3국 정착지로서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셋째, 캐나다는 국제무대에서 전통적으로 자국의 위상과 국력에 걸맞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증진, 인권존중, 국제안보 및 글로벌 거버넌스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견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소위 중견국 외교를 적극 주창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 나간다는 입장이어서 여기에 한국과 캐나다의 접점이 생길 수 있다. 캐나다는 국제무대에서 우리에게 가장 외교적 부담이 적고 함께 하기 좋은 파트너이다.

외교가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가치를 공유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많은 친구 나라를 사귀는 기술이라면 이번에 오랫동안 방치돼 오던 숨겨진 진주를 재발견해 우리와의 ‘전략적 동반자’로 만들어낸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안목과 결단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작년 수교 50년을 기념한 한-캐나다 양국이 양국간의 실질적 협력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그리고 한반도 통일과정에서 굳건한 동반자로 협력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임성준 전 캐나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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