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신설로 대법원이 업무부담을 줄이고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한승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
“국민 입장에서는 상고법원의 최고판결에 쉽사리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이재화 변협 상고심개선연구위원)
24일 대법원이 주최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법조계와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상고법원 신설안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상고법원은 3심이자 최종심인 대법원의 업무를 나눠 갖는 법원을 뜻한다. 다만 대법관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상고 사건은 2002년 1만8,600여건에서 2012년 3만5,777건으로 급증,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 포함 대법관 14명이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한승 실장은 “대법관의 소수 증원으로는 효과가 미미하고 다수가 증원되는 경우 하나의 합의체를 이뤄 진지한 토론을 거칠 수가 없게 된다”며 “권리구제 기능을 수행하는 별도 상고법원을 두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서보학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도 “상고허가제 도입 등으로 대법원 상고 사건 수를 과감히 줄일 필요가 있지만 국민 법 감정상 어려운 상황에서 상고법원 설치가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고법원 신설의 위헌 소지를 지적하는 등 반론도 거셌다. 이재화 위원은 “상고 법원이 도입될 경우 헌법에서 규정한 최고법원이 아님에도 최종적 법률심을 맡게 돼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며 “과도한 사건 부담을 해소하면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양한 대법관 구성을 통해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또 상고법원의 판결이 헌법과 충돌하거나 기존 판례와 어긋날 경우 예외적으로 특별상고를 허용한다는 대법원안에 대해 “사실상 4심제가 되고 늘어나는 시간과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덧붙였다.
상고법원 대신 하급심 강화를 통한 자발적 상고사건 감소 유도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봉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최근 20년간 1심 합의부 판결 사건의 경우 상고율은 1.6배 증가한 반면 1심 단독 재판부 판결 사건의 경우 상고율이 무려 2.89배가 증가했다”며 “상대적으로 국민의 신뢰가 더 높은 합의부 관할 사건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법원이 구상하고 있는 상고법원의 형태가 일부 공개됐다. 대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법원장 정도의 자격을 가진 자,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외부법조인을 대상으로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상고법원에 보임시키고 재판연구관을 함께 배치할 계획이다. 접수된 상고 사건은 일단 대법원 심사를 거쳐 ▦새로운 법리 선언이 필요한 사건이나 하급심 재판이 일치하지 않아 법령해석 통일이 필요한 사건 ▦재판 결과가 사회ㆍ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사건 등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결을 내리고 그 밖의 개인 간 분쟁 및 권리구제와 관련한 사건은 상고법원에 맡긴다. 대법원은 이 같은 상고법원 설립 방안을 의원발의를 통해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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