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 경신, 남자는 12년 만에 정상 탈환
여자는 중국 꺾고 대회 5연패, 구본길·전희숙 2관왕 올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한국 검객들의 잔치다. 12종목 가운데 8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아 2회 연속 펜싱 종합 우승을 확정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의 한국, 2006년 도하와 1990년 베이징 대회의 중국이 세운 한 대회 펜싱 최다 금메달 기록(7개)을 넘어선 쾌거다.
구본길(25) 김정환(31) 오은석(31ㆍ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원우영(32ㆍ서울메트로)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단체 대표팀은 24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이란을 45-26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지난 21일 개인전 결승에서 김정환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구본길은 단체전 우승으로 대회 2관왕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는 한국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 대표팀도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했다. 남현희(33) 오하나(29ㆍ이상 성남시청) 전희숙(30ㆍ서울시청) 김미나(27ㆍ인천 중구청)로 이뤄진 대표팀은 결승에서 중국을 32-27로 꺾었다. 전희숙은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까지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고, 남현희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4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아시안게임에서만 총 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현희는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 서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남현희는 “야구선수들이 운동을 계속 하면 어깨가 나가듯이 저도 뼈가 변형됐다”면서 “최근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돼서 뒷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갔고, 참고 하다 보니 반월판 연골이 찢어졌고, 또 참다 보니 무릎에 물이 찼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남현희는 1번 주자로 나가 왕첸을 3-1로 누르고 기선을 제압했다. 오하나와 전희숙이 바통을 이어 받아 15-11로 점수 차를 벌렸고, 남현희가 다시 나가 리우 용시를 5-2로 따돌렸다. 4경기까지 스코어는 20-13 한국의 리드.
승기를 잡은 듯 했던 한국은 전희숙과 오하나가 6, 7경기에서 열세를 보이며 22-21로 추격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전희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다. 8경기에서 상대를 5-0으로 따돌리며 팀에 27-21 리드를 안겼다. 그리고 ‘끝판왕’ 남현희가 나서 여유 있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남현희와 전희숙은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남현희는 변방에 머물던 한국 여자 플뢰레를 세계 중심에 옮겨놓은 주인공이다. 전희숙은 늘 2인자에 머물렀지만 남현희의 기술을 보고 배우면서 1인자를 넘기 위해 칼을 갈아왔다. 반대로 전희숙의 성장은 남현희를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금빛 찌르기’에 힘을 보탠 오하나는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에서 남현희, 전희숙과 호흡을 맞춰 단체전 동메달 획득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막내 김미나 또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금까지 금메달 8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휩쓴 한국 펜싱은 25일 단체전 여자 에페와 남자 플뢰레에서 역대 최초의 두 자릿수 금메달에 도전한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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