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싱글스컬 레이스서 한국 조정 사상 2번째 금메달
입문 7년 만에 국제무대 정상... 남자 쿼드러플 스컬 은메달 수확
아시안게임 개막 닷새 째 한국 여자 조정에서도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유재석, 박명수 등 출연자들이 실제 경기에 참가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비인기 종목 조정의 김예지(20ㆍ포항시청)가 주인공이다. 김예지는 24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스컬 결선에서 8분46초5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김예지 보다 13초39 늦은 리카만(홍콩ㆍ28)이다.
한국 선수가 ‘물 위의 마라톤’이라고 불리는 조정에서 아시아 정상에 선 것은 두 번째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신은철이 남자 싱글스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선수가 두 개의 노를 젓는 싱글스컬은 2㎞를 달리는 경주다. 정식 코스를 완주하면 체중이 줄어들 정도로 강한 체력과 끈기가 요구된다. 키 174㎝의 김예지는 리카만 보다 체중이 더 나가 경기 초반 스피드에서는 밀리지만 좋은 체격 조건을 앞세워 후반 스퍼트가 월등하다. 실제로 첫 1,000m를 4분22초39만에 주파해 리카만보다 2.75초 늦었지만 1,000∼1,500m 구간에서 역전했다. 또 마지막 1,500∼2,000m 구간에서도 압도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며 격차를 더욱 벌렸다.
2007년 중학교 1학년 때 조정에 입문한 김예지는 단숨에 한국 조정의 미래로 주목 받았다.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대학생 등 5명의 성인들 틈에서 4위를 기록했고, 그 해 파리 세계주니어조정선수권에서도 역시 중학생 신분으로 고등학생과 함께 달려 33명 중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교 진학 후에는 성적이 쑥쑥 올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 2위, 곧이어 아시아주니어조정선수권에서는 정상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조정 월드컵에서 싱글스컬 8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정상은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대박을 터뜨린 김예지는 “주변에서 기대가 커 부담이 많았다. 이제는 웃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친구들처럼 놀고 싶기도 했는데 약한 모습을 티 내기 싫어서 꾹 참았다”고 그 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노를 잡은 지 7년 만에 첫 국제대회 정상에 선 그는 또 “서울체육중ㆍ고교 재학 시절 힘들어서 도망가기도 했고 대들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김용준 감독님이 저를 감싸주고 다잡아주셨다”며 “항상 나를 안심시켜준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윤용호 조정 대표팀 감독은 “타고난 근력을 바탕으로 지구력만 보완한다면 세계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예지도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1초 미만의 차이로 2등을 했던 게 아쉽다. 다음에는 꼭 1등을 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스무 살 김예지의 ‘무한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편 조정 남자 쿼드러플 스컬 대표팀도 은메달을 따냈다. 김인원(24ㆍ대구상수도), 김휘관(24), 이선수(26), 최도섭(23ㆍ이상 인천항만공사)로 이뤄진 대표팀은 결선에서 2㎞ 거리를 6분36초44만에 달려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은 500m 단위 구간 기록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6분29초57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조정 남자 쿼드러플 스컬은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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