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 파이터 김명진(26ㆍ대전체육회)은 4년 전 큰 실수를 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훈련이 힘들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스스로 태릉선수촌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4년 후, 방황을 끝내고 와신상담한 김명진이 아시아 최강자로 돌아왔다.
김명진은 24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산타(격투기) 75㎏급 결승에서 하미드 레자 라드바르(이란)를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명진은 역대 아시안게임 산타 종목에서 첫 우승한 한국 선수가 됐다.
김명진은 초반 두 차례 넘어졌다. 라드바르의 힘에 밀려 매트 바깥으로 밀려나가며 1라운드를 내줬다. 김명진은 2라운드에서도 초반에 밀리는 듯했지만, 맞붙기보다는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상대를 괴롭히면서 체력 싸움으로 경기를 몰고 갔다. 팽팽한 승부 끝에 2라운드를 따낸 김명진은 3라운드에는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라드바르를 몰아붙여 승기를 굳혔다.
김명진은 3라운드 종료 벨이 울리자 매트에 드러누워 두 다리를 허공에 휘저으며 주체할 수 없는 벅찬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엎드려서는 굵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4년 전 아시안게임을 스스로 포기한 김명진은 당시 후회가 돼 동료들이 뛰는 경기도 보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회장배 대회에서 3위에 그치기도 했다.
그러나 김명진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심기일전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다면 예전의 아쉬웠던 선택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지옥 훈련을 이겨내며 참고 또 참았다.
김명진은 태극마크의 영광을 포기한 탓에 국제무대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2010년 한 차례 국제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 국제대회 경력의 전부다.
그러나 김명진은 거침이 없었다. 16강전과 8강전을 연달아 2-0으로 끝냈다. 4강전에서는 응고 반시(베트남)를 KO로 격파했다. 김명진은 한 라운드도 빼앗기지 않는 거침없는 연승으로 결승에 올랐고, 산타에서 최강으로 꼽히는 라드바르까지 물리치고 4년 전 후회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김명진은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만큼 체력 운동을 많이 했다. 3라운드까지 가면 이긴다는 확신이 있었다”면서 “훈련을 하는 동안 코치님의 흰머리가 많이 늘었는데, 선물을 해 드려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태극마크에 대해 “처음에 달았을 때는 애국심이라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태릉에서 훈련하면서 아시안게임이 다가오니 나도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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