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동영상]
도움을 건넨 노숙자로부터 도리어 20달러를 받는다면? 미국의 한 청년이 노숙자로 변장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20달러와 함께 작은 감동을 선물하는 몰래 카메라를 찍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영상 속 청년은 길에서 노숙자 행세를 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는 “어떤 도움이라도 주세요. 신의 가호가 있길”(Anything Helps, God Bless)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외면하거나 ‘이곳에서 구걸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내쫓으려 한다.
하지만 모두가 노숙자를 외면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약간의 돈을 건네며 간단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한 노인은 그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청년의 구걸은 도움을 받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청년은 도움을 주는 사람에겐 그가 받은 돈과 함께 20달러를 되돌려 준다. 자신의 작은 도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끼게 해주려는 의도이다. 다시 돈을 건네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처음엔 모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청년이 의도를 설명한 후엔 환하게 웃으며 연신 고맙다고 말하거나 따뜻한 포옹을 건네기도 한다.
한 남성은 “나는 이제 막 노숙자 생활에서 빠져 나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살 곳을 마련한 상태다”라고 말하며 청년을 응원한다. 또 한 백발의 노인은 청년에게 감사의 악수를 나누며 그를 응원한다.
영상은 한 여성과의 만남에서 절정에 이른다. 여성은 20달러를 받은 후 청년에게 자신이 얼마전까지 노숙자였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녀는 노숙에서는 벗어났지만 일자리를 찾는 데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그녀는 “모든 노숙자들이 원하는 것이 술과 마약은 아니다. 나와 같은 노숙자들은 직업을 얻고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사람들이 노숙자들을 돕는 길은 무언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감동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이며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사라진다.
영상 속 노숙자로 변신한 청년은 사실 유튜브 채널 ‘Big Daws tv'를 운영하는 인기 유튜버 도슨 걸리(Dawson Gurley)다. 위의 영상은 감동적이지만, 사실 걸리는 개구쟁이 유튜버로 유명하다. 그동안 걸리는 체육관에서 정크 푸드를 먹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장난으로 싸움을 거는 등의 장난스러운 영상을 주로 업로드 해 왔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장난을 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걸리가 이러한 특별한 장난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노숙자들에게 따뜻한 도움을 건네는 많은 유튜브 영상에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노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노숙자를 돕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영상을 제작하고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 걸리는 영상을 찍기 이전까지는 크게 진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영상을 찍으면서 그는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따뜻한 반응에 뜻밖의 큰 감동을 얻게 된다. 걸리의 이러한 장난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도움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도움을 준 사람도 도움과 사랑의 실천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20달러는 ‘선의는 반드시 되돌아 온다’는 값진 깨달음을 남겼다.
걸리는 최근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인의 영상 마지막에 등장했던 여성 노숙인 차르나 폴리(Charna Foley)와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과 함께 그는 “우리는 웰스파고(Wells fargo) 은행에 기부 계좌를 만들었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기부와 관련된 활동을 해 나갈 것임을 알렸다. 걸리의 영상은 지난 8월 19일에 공개된 이래 3,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CNN 등 외신에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박혜리 인턴기자(경희대 사회학과 4)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