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궁 스타’된 궁사 엄혜련
일본 양궁에 첫 올림픽 메달을 안긴 하야카와 렌(27)에게는 두 개의 조국이 있다.하나는 낳아준 한국이고, 다른 하나는 키워준 일본이다. 한국 이름은 엄혜련이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친언니 엄혜랑(30)과 양궁을 계속해 온 그는 전북체고를 졸업한 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곧장 실업팀 선수로 뛰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어머니가 일본에서는 엘리트 선수가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본 귀화를 권유했다.
24일 인천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부 예선라운드를 앞두고 엄혜련은 모국에서 옛 동료들과 겨루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한국, 중국 등지의 세계 수준급선수들과 메이저 국제종합대회에 겨루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기쁜 영예”라고 말했다.
김성훈 양궁 남자 대표팀이 엄혜련에 대해“기량은 한국, 국적은 일본”이라고 평했던 것처럼 엄혜련은 최근 한국 궁수다운 성적으로 일본을 놀라게 했다. 한국에서는 선발전을 통과한 적이 없어 국제대회에 나설 기회가 없었지만 귀화 후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를 누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양궁팀과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올림픽 메달 이후 일본에서 양궁을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고 엄혜련은 전했다. 그는 “그 메달 덕분에 일본 여자 양궁의 인기가 많아졌고 선수로서 내 인지도도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양궁에 대한 일본 국민의 관심이 높아져 양궁을 시작하는 선수들의 연령대가 고교 시절에서 초교 시절로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급성장한 실력은 양궁 챔피언인 한국도 돌아보게 할 정도다. 엄혜련을 앞세운 일본 대표팀은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그랑프리 단체전 결승전에서 한국을 꺾어 양궁계를 들썩이게 했다.
하지만 엄혜련은 걸출한 실력에도 유난히 몸을 낮췄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에 귀화한 데다가 조국을 위협한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비난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각오를 묻는 말에도 엄혜련은 “그냥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라며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이어“이기면 좋은데 져도 거기서 배우는 것이 많아 나에게는 도전하는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현주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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