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정미라(27ㆍ화성시청)는 시상대에서 시련의 세월을 떠올리며 눈시울 붉혔다. 정미라는 24일 인천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대회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나윤경(32ㆍ우리은행), 음빛나(23ㆍ국군체육부대)와 함께 1,855.5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미라는 이틀 전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쏘고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그는 경기 후 갑상선암 투병과 극복 과정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동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밝히지 않았던 그다.
정미라는 “2012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결과가 좋지 않다며 계속 나오라고 하더라”며 “훈련도 해야 하고 경기에도 나가야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계속 전화가 와 병원에 가게 됐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조기에 발견하긴 했지만 다시 총을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나날이었다. 다행히 그 해 11월 종양 제거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이듬해 바로 사대에 복귀한 정미라는 “그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다시 총을 쏘지 못할 수 있다는 게 제일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 시절 힘이 되어 준 사람의 존재도 밝혔다. 정미라는 “남편이 그때 제 옆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켜줬다”며 고마움을 전하면서 “다시 총대를 잡았을 땐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 실탄을 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좋았다”고 감회에 젖었다. 정미라와 남편 추병길(34·화성시청)은 사격선수 출신 부부다.
암까지 이겨낸 정미라에게 두려운 상대는 이제 없다. 그는 26일 주종목 50m 소총 3자세에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정미라는 “공기소총 경기는 주종목이 아니라서 부담이 있었는데 결과에도 아쉬움이 많았다”며 “오늘 종목도 주종목이 아니라 메달을 따지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도 이 종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명중한 한국은 2연패에 성공했다.
대표팀 막내 음빛나는 620.6점으로 금메달에 앞장섰다. 한국은 1시리즈에서 309.7점, 2시리즈에서 305.6점을 따며 5ㆍ7위권에 머물렀다. 2시리즈에선 나윤경이 11위, 음빛나 20위, 정미라 22위로 처지기도 했다. 그러나 3시리즈에서 103.3점을 쏜 음빛나는 4시리즈 104.3점, 5시리즈 105.0점을 쏘며 1위까지 치고 올라고 금메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본선 성적으로만 개인전 메달을 가리는 가운데 대표팀 막내 음빛나는 동메달도 추가했다. 음빛나는 2위 모하메드 타이비 누르 수랴니 빈티(말레이시아)와 점수가 같고 명중 수에서도 39개로 같았다. 그러나 이 경우 마지막 시리즈 점수가 높은 선수가 우선순위가 된다는 원칙에 따라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인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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