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장기화 가능성 시사, 유엔총회 참석 동맹국 동참 촉구
테러 단체 호라산 그룹 집중 타격, 국제법 논란에 명분 쌓기 시각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시리아 내 급진 수니파 이슬람국가(IS) 반군에 대한 첫 공습에 아랍 동맹국들이 동참한 것과 관련해 “미국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IS와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으로 떠나기에 앞서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5개 아랍국가가 참가한 이번 연합전선의 힘은 이번 싸움이 미국만의 전투가 아니라는 점을 세계 곳곳에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날 공습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요르단이 동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IS를 상대로 한 작전은 시간이 걸리고 여러 도전이 있겠지만 미국과 중동, 그리고 세계 안보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며 “이 조직을 격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작전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는 없지만 미국 시민의 안전과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추가 조치를 지속적으로 명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직후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신임 총리와 이번 작전에 참가한 5개 아랍국 정상 및 대표, 다른 동맹국 정상 등을 잇따라 만나 IS 격퇴를 위한 미국 주도의 연합전선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24일에는 IS의 위협을 주제로 총회에서 연설하고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의를 주재하면서 서방국가 외국인의 테러 집단 유입을 차단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미 국방부도 IS 격퇴작전이 수 년 걸릴 것임을 인정했다. 윌리엄 메이빌 미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장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IS를 분쇄하고 파괴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캠페인이 막 시작된 것일 뿐이며 IS 격퇴작전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 지상군을 투입하는 대신 시리아 온건 반군과 이라크군을 내세워 IS와 지상에서 맞서려는 계획으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이다.
한편 미국이 이번 공습에서 IS와 무관한 알 카에다 분파 호라산 그룹을 집중 타격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호라산 그룹의 당면한 테러 가능성을 이유로 제시하고 있으나, 국제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전날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근처에 있는 호라산 그룹 목표물 8곳에 대해 20발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다른 공격무기를 퍼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의회 상ㆍ하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 “테러리즘을 종식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미군이 호라산으로 알려진 시리아 내 알카에다 분파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 정보당국은 폭격이 시작되기 전부터 “호라산 그룹이 IS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집단이 여객기 폭파 등 미국 본토와 유럽에 대한 불특정의 테러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치약 튜브 폭탄처럼 기내에 쉽게 반입할 수 있는 급조폭발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서방 출신 테러 동조자들을 쉽게 끌어 모을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기습 작전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미 정부 관리들은 “수년 전부터 호라산 그룹을 주목해 왔으나 자칫 내전 중인 시리아 내 군사작전이 반미 성향의 아사드 독재정권에 도움을 줄까 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가 IS 공습을 계기로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 대사도 이날자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보낸 문서에서 이번 공습을 테러 조직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의 요청에 따른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는 호라산 그룹을 겨냥한 시리아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미군의 공습 과정에서 한 가족 어린이 4명을 포함해 민간인 11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일 경우 공습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이번 공습에 사용된 160여발은 모두 정밀하게 유도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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