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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ㆍ감정 변화무쌍 갓난아이에게서 음악의 영감 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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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ㆍ감정 변화무쌍 갓난아이에게서 음악의 영감 얻었죠"

입력
2014.09.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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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와 현대 음악의 유사성 찾아

생소함의 극치 '세쿠엔차Ⅲ' 등 노래

내달 3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서예리씨는 "현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2003년 이후 국악 특히 창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서예리씨는 "현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2003년 이후 국악 특히 창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재독 소프라노 서예리(38)씨가 펼쳐놓을 세계는 선(禪)의 세계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국인에게 낯익은 고전과 낭만 시대를 비껴난 음악만을 들고 그가 작심한 듯 한국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한다. 10월 3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에서 여는 ‘바로크 & 현대’가 그것이다.

“시간상으로는 극과 극에 있는 바로크와 현대 음악이 21세기에 사는 제게는 대단히 유사하게 들립니다.”

온갖 기호와 지시로 얽매는 대신 연주자에게 많은 자유를 부여하는 바로크 음악과 현대 음악이 관객에게 큰 경이를 제공할 것이라는 뜻이다. “고음악 안에서 현대 음악에 접근하면 마치 3차원 안경으로 보는 것 같은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데 그것을 객석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의 말은 돈오돈수(頓悟頓修) 즉 단박에 깨우치는 놀람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 2부로 무대를 나눈 것은 낯섦을 덜어보려는 장치다. 1부는 진은숙, 헨델 등의 비교적 친숙한 곡으로 구성하고 2부는 윤이상, 죄르지 리게티 등의 곡으로 한층 심화한다. 사실 1, 2부 음악 모두 한국의 대중에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그래서 친숙한 음악을 곳곳에 심어 둔 것이다.

서씨는 첫 곡으로 루치아노 베리오의 ‘세쿠엔차Ⅲ’를 선택했다. 가사라기보다는 언어의 편린이나 입에서 표출하는 갖가지 음향이 전부인 곡이다. “객석이 ‘뭐 하는 거야’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생소함의 극치일수 있죠. 아무리 현대 음악을 해 온 사람일지라도 도저히 친해질 수 없는.”

지난해 11월 첫 아이를 낳은 것도 서씨가 이 곡을 선택한 이유다. 서씨는 출산 이후 육아와 연습을 병행하다가 출산 두 달만인 1월 무대에 섰다. “아이가 영감의 원천이었어요. 표정, 소리, 감정이 1초에도 몇 번씩 바뀌는데 어찌나 신기한지. ‘세쿠엔차Ⅲ’의 실체가 아이에게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세쿠엔차Ⅲ’에는 숨을 들이마시며 내는 소리, 혀를 끌끌 차는 소리, 재채기, 타잔이 내는 것 같은 괴성 등 아이가 내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어있는데 서씨는 그런 것을 다 알아들었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세쿠엔차Ⅲ’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서씨의 말은 그래서 당연하게 들린다.

서씨가 들려줄 또 다른 곡인 윤이상의 ‘간주곡 A’는 함께 내한한 윤이상의 제자이자 베를린 윤이상협회의 임원인 피아니스트 홀거 그로쇼프를 위한 순서다. 그로쇼프는 오케스트라, 피아노와 트럼펫 듀엣 등의 반주 형식으로 하는 리게티의 아리아 ‘마카르브(종말)의 신비’를 피아노 반주로 들려준다. 서씨는 “세계적인 작곡가인 윤이상의 작품을 기회 닿는 대로 소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서씨는 고전 음악과 낭만시대 음악만을 선호하는 고국의 음악 편식을 걱정했다. “유럽(공연장)은 하나 걸러 하나가 고음악이나 현대 음악입니다. 그 자연스런 풍경을 한국의 음악 애호가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객석은 잠시 유럽에 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흔히 듣는 음 체계인 평균율을 쓰지 않는다. 고악기인 류트 연주자이기도 한 LG아트센터의 전문 조율사 김영익씨가 발로티 조율법에 따라 모든 악기를 완전히 재조정한다. (02)2005-011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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