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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만 낸 인권위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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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늉만 낸 인권위법 개정

입력
2014.09.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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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국제조정위가 '등급 보류' 결정, 내달 재심에 부랴부랴 수정

위원 선출에 시민사회 참여 절차 없어… 독립·다양성 모두 놓쳐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위법을 일부 개정했다. 올해 3월 국제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인권위에 대해 ‘등급보류’ 판정을 내리자 내달 재심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초 논의 내용보다 후퇴하며 투명성ㆍ다양성 강화를 지적한 ICC 권고에 크게 못 미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는 22일 제14차 전원위원회를 열어 상임위원 청문회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인권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위원장 1명만 받도록 돼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상임위원 3명에까지 확대ㆍ적용한 부분이다. 총 11명으로 구성된 인권위원 중 여성위원 수도 현행 ‘4명 이상’에서 ‘5명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인권위 권고를 받은 기관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90일 이내에 ‘이행 계획’을 제출하게 한 규정을 불응 사유를 통지하도록 강화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ICC의 요구 사항은 물론, 인권위 특별소위가 시민ㆍ사회단체 의견을 수렴해 만든 초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CC는 3월 승인소위 권고문을 통해 이명박정부 이후 인권위 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 및 참여가 부족하고, 구성원의 다양성과 독립성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ICC는 이를 근거로 2004년 가입 당시 A등급을 받았던 인권위에 등급보류 판정을 내렸다.

현재 11명의 인권위원 중 판ㆍ검사 등 법조인 출신은 8명으로 인적 구성이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초안은 인권위원 지명ㆍ선출과 관련해 ‘시민사회 참여’란 용어를 명기했다. 그러나 전원위에서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투표 끝에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선언적 문구로 바뀌었다. 특별소위 위원들은 “법률에 ‘시민사회’를 넣는 것이 다원성 보장의 초석”이라며 반발했으나 소수 의견으로 묻혔다. 결국 다양성 강화를 위한 조치는 여성위원 기준을 1명 늘린 것 외에는 없다.

당초 초안 검토 의견으로 제시됐던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 위원장을 임명한다’는 부분도 빠졌다. 일부 위원은 “인권 최종 책임자로 공정성을 담보할 강제 장치가 필요하다”며 국회 동의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헌법기관이 아닌 인권위 체제 상 불가하다는 반론에 부딪쳤다. 또 ‘인권위원 1명 이상 장애인 임명 의무’ 조항도 특정계층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들어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밀렸다.

일각에서 제기된 인권위원 후보 추천위 신설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후보추천위 구성을 법률에 넣으면 현재 대통령, 국회, 대법원 3개 기관에서 수행하는 인권위원 인사권에 제약이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법적 절차 없이 어떻게 독립성과 다원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심상돈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ICC도 인권위 설립 장려를 위해 초기엔 심사 유연성을 뒀지만, 13년이 지나니 심사가 엄격해진 측면이 있다”며 “ICC측이 요청한 답변서를 정리해 10월 초 사무국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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