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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알리바바 美상장 부러워만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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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알리바바 美상장 부러워만 할건가?

입력
2014.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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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외 상장기업 15곳뿐… 자금조달 능력 최대 2000억 그쳐

올 하반기 3개사 국내 '노크', 심사-평가 장벽 없애고 발굴 나서야

중국기업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19일(현지시간). 시가총액 2,314억달러(241조원)의 거대 공룡 탄생으로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국내 증권업계 인사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우리 증시에도 알리바바와 같은 해외 우량기업이 상장될 수 있다면 시장이 급도약할 수 있을 텐데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알리바바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국내 증권시장도 다시 해외기업 상장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기업은 총 15곳.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도 2조8,000억원으로 전체(시가총액 1,400조원)의 0.1%에 불과하다. 해외 증시를 찾는 기업 중 90%이상이 중국기업인데 비해 지난해 한국시장에 상장한 중국기업은 한 곳도 없다. 반면 미국시장과 런던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 수는 100여개, 싱가포르와 홍콩에 각각 140개, 400개의 중국기업이 상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장벽은 역시 자금조달능력이다.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해 조달한 금액만 22조원. 반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능력은 최대 2,000억원 안팎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해외 우량기업이 상장하려면 시장이 그만한 자본력을 갖춰야 하는데,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끌어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봤을 때 북한 리스크는 시장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문제”(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라는 지적처럼 북한 등 안보 리스크도 한국시장을 꺼리는 요소다.

당연히 우리가 원하는 해외기업과 한국 시장 진입을 노리는 기업 간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2009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올해 거래처와 거래를 갑자기 중단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시 불이행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올 초 대비 절반 이상 떨어졌다. 2012년 상장한 일본 기업 SBI모기지도 올해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중국계 섬유기업 평산차업 역시 투자감소로 시가총액이 급감하면서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이후 한국어로 경영공시를 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이중으로 드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1년 회계부정 논란으로 상장 3개월 만에 거래가 중지된 중국 고섬 사태 이후 거래소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진입장벽은 더 높아졌다. 최근 한 중국 신발업체는 상장요건에 맞춰 상장계획서를 제출했지만 사양산업(1차 산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상장이 거부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기업의 경우 국내기업보다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까다롭게 심사하지 않으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국내 기업 상장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해외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하반기 하이촨(海川)약업, 헝성(恒盛)그룹, 콘텐트미디어 등 해외기업 3곳이 국내 증시 상장심사청구서를 낼 예정인데다, 내년 상반기에도 필리핀 기업(필리핀BXT)과 미국 기업(카탈리스트) 등 4곳 이상이 상장을 준비 중인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이미 무르익은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을 발굴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해외 우량기업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상장문턱을 낮춰 국내 증시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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