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모바일투표 재도입 시사에
당권 노리는 박지원 "발언 조심하라"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이틀째인 23일 차기 전당대회 룰을 두고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인 박지원 의원이 충돌했다. 비대위 구성에서 소외된 중도ㆍ온건파도 자신들을 대변할 인사의 참여를 요구하는 등 계파 갈등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전대 룰과 관련해선 모바일투표 재도입 여부가 논란이 됐다. 문 위원장이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모바일투표가 문제 있는 게 아니다. 개표 확인 작업이 까다로운 점 등을 보완한다면 그처럼 간단명료한 게 어디 있나”라며 모바일투표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이를 두고 문 위원장이 모바일투표에 긍정적인 친노진영에 유리한 룰을 만들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장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문 위원장에게 공ㆍ사석에서 발언을 조심하라고 말씀 드렸다”면서 “(모바일투표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차기 당권주자인 박 의원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옛민주계 인사다. 그는 “우리당은 이미 모바일투표를 폐기했고 개인적으로도 (재도입을) 반대한다”고 했다. 비대위에 속한 문재인 정세균 의원 등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비노진영에선 “공정한 위치에 서야 할 위원장이 특정계파에 유리한 제도를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2012년 6ㆍ9 전대에서 김한길 의원이 대의원 투표에서 앞섰으나, 친노계 이해찬 의원이 일반 선거인단이 참여한 모바일투표에서 역전, ‘당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그 해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신뢰성 논란으로 후보들 간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이에 지난해 초 문희상 1차 비대위 체제에서 모바일투표를 당헌ㆍ당규에서 삭제했다. 모바일투표 도입 외에 당 대표ㆍ최고위원 분리 선출 여부 등이 향후 전대 룰 논의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구성에 대한 불만도 지속되고 있다. 중도ㆍ온건파 의원들은 자신들을 대변할 인사의 참여를 요구했으나, 문 위원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은 이들과 가까운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참여를 거듭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는 선수 별 의원 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에 대한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문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첫 외부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문 위원장은 방명록에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 출정에 앞서 선조에게 올린 장계(임금에게 올리는 보고)에 나온 ‘今臣戰船 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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