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1조여원 영업손실…19년만에 최대위기
노조, 조합원 대상 '쟁위행위 돌입' 투표하기로
기록적인 영업손실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현대중공업이 19년 만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어려운 경영사정을 설명하며 노조의 이해를 구할 계획이지만 노사의 입장 차가 커 무분규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부터 26일까지 조합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결정할 경우 1995년부터 이어져 온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타결 기록이 20년 만에 멈추게 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연장 결정에 따라 25일까지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노조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사업장들이 몇 달 동안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회사가 현실적인 임금인상을 내놓지 않아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집행부는 모든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철야농성을 진행하며 조합원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사측은 현재 호봉승급분 포함해 3만7,000원 임금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18만2,000원 인상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무분규 타결이 계속된 지난 19년 동안에도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다. 1996년과 1999~2001년 네 차례 찬반투표가 있었지만, 대부분 쟁의행위 반대의견이 많아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최악인 상황이라 업계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선택을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최근 2년 동안 실적부진을 거듭했다. 전세계 조선경기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3분기 2,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서 올해 2분기에는 1조1,0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973년 창립 이래 최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마다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뜬히 내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다. 더구나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업체의 수주확대와 엔저의 영향으로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업체의 도약으로 대외환경도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까지 이어질 경우 실적악화를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은 대대적 쇄신 차원에서 지난 15일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4년 만에 현대중공업으로 복귀시켜 그룹기획실장 겸 사장으로 임명했고,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회장으로 임명했다. 권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정병모 노조위원장과 면담을 가지며 임단협 타결에 주력하고 있다. 투표가 실시된 첫날인 23일에는 오전6시20부터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유인물을 배포하기도 했다. 권 사장은 호소문을 통해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사정이 좋지 못해 실망을 드렸다. 지금 비록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여러분이 힘을 모아 준다면 반드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파업 반대를 호소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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