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자극하는 시대극 꾸준한 인기, 신인배우ㆍ작가 등용문 되기도
출생의 비밀ㆍ폭력 등 자극 설정 논란, "무공해 드라마 지향 품격 찾겠다"
KBS 2TV의 아침 드라마 ‘TV소설’은 1987년 시작된 장수 드라마다. 1950~60년대를 담은시대극으로 옛 향수를 자극해 중·장년층의 눈을 사로잡으며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성공해가는 스토리를 담는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이 나간 ‘일편단심 민들레’도 여주인공 민들레(김가은)를 통해 가난했던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10%(닐슨코리아 제공)대의 시청률을 내고 있다. 문보현 KBS 드라마국장은 시청자들의 꾸준한 관심 때문인지 “‘TV소설’이 다른 드라마에 밀려 소외감도 있지만 KBS가 꼭 지켜야 할 장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명성왕후’(2001), ‘천추태후’(2009), ‘대왕의 꿈’(2012) 등 사극 전문 연출자로 유명한 신창석 PD가 메가폰을 잡은 게 눈에 띈다. 그는 ‘황금사과’(2005)와 ‘산너머 남촌에는’(2007) 등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력도 있다. 신 PD는 23일 열린 ‘일편단심 민들레’ 기자간담회에서 “가난했지만 소중한 추억들이 묻어 있는 드라마”라며 “옛 시절을 함께한 대중들에게 당시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대극이라는 점 외에 ‘TV소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신인 배우들의 과감한 기용이다. 신 PD는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인 만큼 200명에 가까운 배우들로 오디션도 치렀다”며 “카메라 감독 등 5명의 제작진이 심사위원이 되어 마치 ‘슈퍼스타 K’처럼 연기 테스트를 했다”고 말했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신인들 중에도 고르고 골라 뽑았다는 것이다. 배우 오창석은 ‘TV소설 사랑아 사랑아’에서 첫 주연을 맡은 이후 임성한 작가의 MBC ‘오로라 공주’의 주연으로 발탁됐고, ‘왔다! 장보리’까지 출연 중이다. ‘순금의 땅’의 강은탁도 10월 중 방영될 임 작가의 MBC ‘압구정 백야’에 캐스팅 됐다. 최근 ‘제41회 한국방송대상’에서 작가상을 거머쥔 KBS ‘정도전’의 정현민 작가는 ‘TV소설 사랑아 사랑아’(2012)로 장편드라마에 입문했다.
그러나 ‘TV소설’이 풀어가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막장 코드를 어떻게 지울 것인가’다. 전작인 ‘순금의 땅’과 ‘은희’, ‘삼생이’ 등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설정인 출생의 비밀뿐만 아니라 폭행, 감금, 납치, 살인 등의 행위가 서슴지 않고 등장해 논란이 됐다.
신 PD는 “국민들의 심성도 (막장)드라마를 닮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매운 태국 고추 등 양념을 치지 않는 무공해 드라마를 만들어 ‘TV소설’만의 품격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 양념을 찾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도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MSG(인공조미료)를 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요새 안 쓰는 식당(방송사)이 없더라”며 “최대한 MSG를 사용하지 않고 개연성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목적이지만,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MSG의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악역을 맡은 홍인영이 “악녀 캐릭터라서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 역인 이유리 선배의 연기를 많이 봤다”고 말해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일편단심 민들레’의 일편단심을 기대해본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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