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사업에 투자 않겠다" 선언,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 앞두고 발표
180개 기관 650명 개인 참여 클린 에너지 사업 투자 전환 유도
석유로 막대한 부를 쌓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자 존 D 록펠러의 후손들이 화석연료와 인연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록펠러 가문이 운영하는 자선단체 록펠러 브러더스 펀드는 22일 자료를 통해 앞으로 화석연료와 연관된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석유로 흥한 가문이 석유와 작별을 고한 것이다. 이날 발표는 미국 뉴욕에서 개막한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정상회의에 기후변화의 심각함을 전하겠다는 의도다. 록펠러 브러더스 펀드의 자산은 8억6,000만 달러(8,948억원)이며 7억7,200만 달러(8,032억원ㆍ2012년 기준)를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
록펠러 브러더스 펀드의 발표는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투자 철회 운동’과 연계돼 있다. 약 2년 전 미국 대학가에서 시작된 투자 철회 운동은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로 돈을 버는 회사에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금을 회수하자는 움직임이다.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반환경적 기업을 금전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투자 철회 운동엔 180개의 기관과 부유한 개인 투자자 650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화석연료 회사로부터 투자금을 빼내 보다 깨끗한 대안 에너지 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투자 철회 운동의 자문을 맡고 회사 아라벨라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자선단체와 연금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은 500억 달러 이상을, 개인 투자자들은 총 10억 달러 이상을 각각 화석연료 회사로부터 투자 철회를 했다. 영화 ‘어벤져스’와 ‘비긴 어게인’ 등으로 유명한 매국 배우 마크 러팔로도 21일 투자 철회 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 철회 운동을 이끄는 월러스 글로벌 펀드의 엘렌 도르시 이사는 “이 운동은 이제 막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회 운동형 투자라고 해야 할 투자 철회 운동의 파급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화석연료를 둘러싼 방대한 자본과 막대한 현금의 흐름 때문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운동의 성과도 엇갈린다. 가장 많은 기부금을 받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학은 학생들과 외부 단체의 압박에도 투자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드류 길핀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은 “327억 달러의 기부금이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유발해야 할 도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탠퍼드대학은 석탄 산업에 투자된 돈을 회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예일대학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피하도록 할 방침이다.
투자 철회 운동과 무관하게 록펠러 가문은 환경 문제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록펠러 브러더스 펀드의 스티븐 헤인즈 이사는 “록펠러가 아마 살아있다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깨끗한 재생 에너지 사업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