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인권대화 제의 의미는
한미일 고위급 회의서 대북 강경 보조… 셈법은 조금씩 달라
23일 한미일 3국의 외교수장이 모인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윤병세 장관이 인권문제를 다룰 남북대화를 전격 제의한 것은 그간 남북관계에서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렸던 인권문제를 고리로 대북 관여정책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를 “사악한 제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 양국은 이날 북한 리수용 외무상의 회의 참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이 이처럼 강경입장을 밝히며 북한을 거세게 몰아붙이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를 정점으로 맞닿아 있는 미국인 억류자와 일본인 납치자, 북핵 등의 현안이 어떻게 맞물려 전개될지 주목된다.
미, 북한 인권 문제에 강경… 우리 정부도 보조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가장 공세적이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고위급 회의에서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닫아야 한다. 이 사악한 시스템을 폐쇄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이 이처럼 북 인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자국민 억류자 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 또한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답보상태에 있는 만큼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해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오바마 정부는 다급한 상황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이날 회의는 난관에 봉착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우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다. 북한은 납치자 1차 조사결과에 대한 발표를 지난 8월말부터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북한 인권 공세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윤 장관이 회의에서 북한이 최근 인권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두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려는 잘못된 행동”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나아가 윤 장관은 납북자와 국군포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진지한 태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해 북한 인권 문제에 수위조절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인권문제는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연결된 문제”라면서 “최근 5ㆍ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마냥 자극할 경우 남북 간 대화 여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국제사회 인권 비판에 적극적 방어
이 같은 공세에 북한도 맞불을 놓고 있다. 리수용이 북한 외무상 자격으로 15년 만에 이번 유엔총회를 찾아 27일 기조연설을 갖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적극 변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비판에 과거 소극적인 방어에서 적극적 공세로 변한 것 자체가 김정은 체제의 대외전략 변화인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이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 나서면서 24일 열리는 유엔 안보리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보리 논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인권 침해 책임자를 제소하거나 인권 침해를 이유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 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내정불간섭’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도 미국 측의 주장이 쉽게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