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
훼손 없이 완전한 형태 발견은 처음, 백제 건축 연구에 획기적 자료될 듯
충남 공주시에 있는 공산성에서 완전한 형태의 백제 시대 대형 목곽고(木槨庫ㆍ목재로 만든 저장시설)가 확인됐다. 목곽고 안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 저울용 석제 추, 나무 망치 등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용품이 다수 나왔다.
문화재청은 충남도, 공주시, 공주대박물관과 함께 진행한 공산성 제7차 발굴조사에서 대형 목곽고와 백제 멸망기 나당연합군과의 전쟁 상황을 추론할 수 있는 유물을 찾았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번에 발굴된 목곽고는 가로 3.2m, 세로 3.5m, 깊이 2.6m 규모에 너비 20~30㎝ 안팎의 판재를 기둥에 맞춰 정교하게 조성한 것으로 부식되지 않고 조성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기둥 상부의 긴 촉이 테두리보 상부까지 솟아 있고 내부에서 기와 조각이 출토돼 별도의 지붕 구조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백제 유적에서는 대전 월평동 산성, 부여 사비도성 등에서 목곽고가 발견된 적이 있지만 모두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공산성 목곽고는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목조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백제 시대 건물 복원과 연구 등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조사단은 이 목곽고가 저장시설이거나 우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목곽고 내부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 외에 무게를 재는 석제 추와 생활용품인 칠기, 목제 망치 등 공구가 출토됐다. 무게가 36g인 석제 추는 원형으로 중앙에 고리가 있으며 목재를 가공해 만든 칠기는 표면에 정교하게 옻칠을 했다. 원통형 망치는 너비 19㎝, 손잡이 길이 15.5㎝인 휴대용으로 목재를 끼울 때 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단은 당시의 생활문화용품이 다량 발굴됐다는 점에서 목곽고를 백제사의 타임캡슐에 비유했다.
건물지 북쪽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갑옷과 옻칠이 된 마갑(馬甲), 철제 마면주(馬面胄ㆍ말의 얼굴 부분을 감싸는 도구), 마탁(馬鐸ㆍ말갖춤에 매다는 방울), 대도(大刀), 장식도, 화살촉, 목제 칠기 등이 수습됐다. 조사단은 저수지 주변 건물지 대부분이 화재로 폐기된 점을 감안할 때 이들 유물이 660년을 전후한 백제 멸망기에 백제와 나당연합군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공산성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저수시설에서는 또 백제 유적 중 처음으로 깃대꽂이가 발견됐다. 쇠로 만든 이 깃대꽂이는 길이 약 60㎝에 S자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다. 조사단은 깃대꽂이 실물을 통해 백제 기승(騎乘)문화의 실상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사단은 제60회 백제문화제 개최에 맞춰 26일부터 10월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발굴현장을 공개할 예정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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