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면 직접 손으로 만질 수도 있어요.’ 대학생 강모(24)씨는 최근 서울 상수동 홍익대 인근 카페를 지나다 ‘파충류와 더불어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 전단을 봤다. 광고지엔 뱀과 이구아나, 거북 같은 희귀동물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평소 애견 카페를 즐겨 찾는 강씨는 “개ㆍ고양이 대신 뱀을 만지게 해주는 곳을 본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마뱀이나 너구리, 양 같이 주변에서 보기 어려운 동물들을 손님이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이색 카페가 늘고 있다. “신선하다”거나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체로 많지만, 일각에선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나 “동물 학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희귀동물 카페의 등장은 우리 사회가 수용 가능한 애완동물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방증이다. 주로 젊은 층이 바라는 경험과 활동의 폭이 넓어지면서 과거 동물원에 머물거나 소수 개인과 동호회가 사육해온 동물들이 일반인들이 접근 가능한 공간까지 차지하고 들어온 것이다. 파충류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10~20대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들이 주로 찾는다”며 “동물원보다 찾기 편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위생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기가 힘들다. 공간이 협소해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인 데다 기존 애완동물보다 희귀동물의 예방접종률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털 많은 동물은 피부 질환의 원인인 옴진드기를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광견병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너구리는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파충류 배설물에 닿으면 장염ㆍ장티푸스의 원인인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희귀동물이 있으면 건물 전체가 소독 대상”이라며 “면역력이 약한 아동은 아예 접촉을 못 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라는 주장도 있다. 별다른 관리 기준이 부재한 상태에서 전문성 없이 희귀동물을 기르다 보면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방치되기 십상이라는 설명이다. 4살배기 자녀를 둔 이모(34)씨는 “아이가 좋아하긴 하지만 카페 안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이 피곤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며 “번거로워도 동물원을 찾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 전채은 대표는 “개ㆍ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들처럼 모든 동물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희귀동물이 있는 카페를 찾은 경우엔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등 시민 의식을 실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병조 인턴기자(한성대 영문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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