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톱 10 진입 청신호 "김정은 배려 덕" 功 돌리기도
북한 역사(力士)들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신기록 잔치를 벌였다.
엄윤철(23)은 20일 역도 남자 56㎏급에서 용상(170㎏)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튿날에는 62㎏급의 김은국(26)이 인상(154㎏)에서 한 차례, 합계에서 두 차례(328㎏ㆍ332㎏)등 3번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사흘간 벌어진 경기에서 나온 7개의 대회 세계 신기록 가운데 이들이 갈아치운 것만 4개에 달한다. 북한 역도가 이번 대회에서 유독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
엄윤철은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인천 아시안게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달걀로 바위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한 분들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취재진에게 질문한 뒤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달걀을 사상으로 채우면 바위를 깨트릴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체육인들은 이런 사상으로 만전을 기해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북한)애국가를 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김은국은 “10년 정도 역도를 했는데 어릴 적부터 많은 훈련을 해왔다”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허리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는데 그 때마다 김정은 동지께서 많은 사랑과 배려를 주셨다. 덕분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기록을 달성한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한국과 관련된 질문에는 소극적으로 답했다. 김은국은 “대회를 치르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운동 선수라서 ‘(남측에) 경기하러 왔다’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엄윤철 또한 “이미 말했듯이 모든 것은 사상이 결정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 앞으로도 실천적인 행동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역도 경기장에서 받았던 한국 응원단의 열띤 응원에 대해서는 엄윤철이 “성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게 답했다. 폐막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한국에서 어떻게 보낼 건지에 관해서는 “개인 경기는 끝났지만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남았다. 마지막까지 긴장하면서 응원하고 박수 쳐 주겠다”고 말했다.
북한 역도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김은국과 엄윤철, 림정심이 3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북한은 이들에게 노력영웅칭호를 수여하고 아파트와 고급 차를 전달했다. 자연스럽게 세계신기록까지 세우면서 정상에 오른 이번 대회 포상 여부에도 취재진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김은국은 “우리는 그 무엇도 바라는 게 없다. 김정은 위원장과 인민들에게 기쁨을 드리는 자체가 우리의 행복이자 자랑”이라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더 많은 기록을 내고 훈련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은 전략 종목 역도에서만 금메달 3개를 쓸어 담아 12년 만의 톱10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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