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 등 홍콩 기업인을 만나 홍콩의 민주 발전과 장기 번영, 안정 등을 약속했다. 최근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 자격 등을 놓고 중국 중앙 정부와 홍콩 시민단체 등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인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2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홍콩의 재계 및 직능단체 대표들을 접견하고 “중앙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침과 기본법을 흔들림 없이 관철시킬 것”이라며 “이러한 방침과 정책은 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일국양제는 홍콩 동포를 포함한 전체 중화 아들 딸의 공통된 희망으로, 국가의 근본 이익과 홍콩의 장기적인 이익, 외국 투자자의 이익에도 모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앙 정부는 홍콩이 법에 따른 민주 발전을 추진하는 것을 변함없이 지지하며,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도 흔들리지 않고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법에 따른 민주 발전’을 강조한 것은 오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후보 자격 제한 등이 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란 점을 부각시키면서 이에 대한 홍콩 시민단체 반발 등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면담에는 홍콩 행정장관 출신인 둥젠화(董建華)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비롯,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리쇼키(李兆基) 헨더슨(恒基兆業) 부동산그룹 회장, 헨리 청카순(鄭家純) 뉴월드(新世界)개발 회장 등 홍콩 재계인사 4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갑부들을 단체로 만난 것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ㆍSARS) 사태로 홍콩 사회가 불안했던 지난 2003년 당시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면담한 후 11년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홍콩에선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후보 자격을 사실상 ‘애국적 친중 인사’로 제한한 데 대학생의 동맹 휴업이 시작됐다. 홍콩의 24개 대학의 학생 수천명은 이날 오후 집회를 열고 1주일간의 동맹 휴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반(反)중국 성향 인사라도 홍콩 행정장관 후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진정한 직선제 쟁취’를 요구했다. 이들은 범민주파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다음달 1일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또 일부 중고교도 동맹 휴업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편 중문대가 최근 15세 이상 광둥(廣東)어 사용 주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7%가 ‘중앙 정부의 결정을 거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그러나 46.3%는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의 점거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의 활동 또한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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